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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만남 후기] <그림책이라는 세계>의 고정순 작가를 만나다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2-09-01 조회수 : 5,961

 

지난 8월 13일 토요일, 도서관 서가 사이에서 “그림책계의 저승사자”인 고정순 작가와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그림책 낭독회 회원인 연꽃 님의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낭독으로 북토크를 열었습니다.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고정숙 (만만한책방)

그림책 낭독회 바로가기

 

 

사회는 느티나무도서관 상주작가인 김영숙 작가가 맡았습니다. 

2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을까요? 그 현장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고정순 작가에게 도서관이란?

도서관이 없었으면 작가가 될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느티나무도서관도 참 좋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 분류법이 독특합니다. 특히 ‘분류난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 소설 제목으로 활용해야겠습니다.

#그림책이라는 세계

고정순 작가의 그림책은 작가의 인생과 밀접하게 엮여 있었습니다. 

고정순 작가는 동네 책방에서 8년을 아르바이트하면서 그림책을 준비했습니다. 스물여섯 살에 그림책 공부를 시작해서 서른아홉 살에 첫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2013년 <최고 멋진 날>로 데뷔했습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그림책으로 냈습니다. <옥춘당>은 작가의 할아버지 이야기이고 <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2014)는 고정순 작가의 아버지 이야기입니다.

<슈퍼 고양이>(2016)는 실화를 바탕으로 그렸습니다. 지금은 음원도 있고 문화 소외 계층과 함께 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점복이 깜정이>(2017)도 자전적 이야기인데 고정순 작가는 깜정이고 점복이는 친구입니다.

산문집 <안녕, 하다>(2016)는 우연히 출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정순 작가는 '글을 잘 쓴다는 착각'으로 2013년부터 매일 A4 2장씩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작가가 쓴 글을 친구에게 줬는데 친구의 남편이 출판을 해줬습니다.  

<가드를 올리고>(2017)는 목탄으로 그렸기 때문에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의 저작권을 포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언젠가는 모든 사람이 무료로 <가드를 올리고>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이 책을 그릴 때 자기 연민에서 시작했습니다. 책이 만들어지는 동안 바뀌었습니다. 이 책이 나보다 더 아픈 사람에게 가서 닿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

<철사 코끼리>(2018)는 제주도 여행 가서 편의점에서 산 모나미 볼펜으로 그렸습니다. 이 책을 만들고 나서 ‘그림책계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코끼리는 두 번째 장에서 죽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들 특징 중 애도할 줄 모르는 무례함을 꼽았습니다. 누군가 죽음이나 상실에 대해 얘기하면 “그만해”라고 합니다.

고정숙 작가는 한국에 애도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만드는 그림책이 누군가를 위로하는 종소리였으면 좋겠습니다. “

<철사 코끼리>는 그림책 테라피, 심리치료 등으로 의도치 않게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엄마 왜 안 와>(2018), <아빠는 내가 지켜 줄게>(2019)는 엄마 아빠를 위로하기 위해 썼습니다.

<시소>(2020)는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그렸습니다. 시소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동사, 형용사로 들렸습니다. 왜냐하면 시소는 혼자 할 수 없는 놀이니까요.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2020)는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2016)를 읽고 그리게 되었습니다. 아주 어리석은 산양을 그리고 싶었지만 돌이켜 보니 작가는 이 산양처럼 살다 가고 싶어졌습니다.

#질의응답 시간, 묻고 답하다 

Q. 자기 연민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고 쓰셨는데 지금은 어떠신지?
A. 건강을 잃고 나서 자기 객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전에는 굉장히 이기적이었습니다. 전에는 동물은 저에게 가축의 개념이었습니다.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나 아픈 거만 바라보고 사는 건 슬플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뭔가가 필요했어요. 시간을 버틸 도구가 필요했는데 그게 글쓰기였습니다. 글쓰기는 가성비가 괜찮습니다. 핸드폰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재료비가 안 들고 남아도는 시간을 활용하면 됩니다. 그것에 집중하느라고 다른 일을 안 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너무너무 시시한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의식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Q. 글쓰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글쓰기 작법 중에서 첫 문장이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은 아무렇게나 시작하세요. 


Q. 저도 느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느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A. 시간은 절대적 시간과 상대적 시간이 있습니다. 인간이 편하려고 시간을 정했습니다. 절대적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느린 아이는 상대적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이 모든 과정이 필요하고 인정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뒤떨어지는 아이여서 누군가 나에게 설명을 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아이와 움직이는 다른 친구들이 있다고 그 친구들도 노력한 게 있고 보폭을 맞춰가면 좋겠다고 설명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정순 작가는 당분간 강연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고정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작품도 무척 기대됩니다. 

 

* 2022 작가만남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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