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멋진 청년과 달콤한 데이트^^

작성자 : 박영숙 작성일 : 2005-11-24 조회수 : 6,626

어쩜 이렇게 좋을까요..ㅎㅎ... 들뜬 마음이 밤새도록 가라앉질 않습니다. 정말 좋으네요... 절대로 절대로 잊지 못할 데이트를 하고 돌아왔거든요...ㅋㅋ 수능.. 아침 8시 좀 지나서부터 꼬박 10시간, 하루종일 시험지 붙잡고 씨름할 아이들 생각을 하면서 이놈의 시험 제발 없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백 번쯤 한 것 같은데.., 교육이 아이들을 평가하고 잘라내는 게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걸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북돋아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랬는데... 덩달아 가슴 졸이던 하루가 저물고 저녁 시간, 느티나무 맏형 준이가 시험 마치자마자 도서관으로 달려온다는 전화를 받고부터 그런 생각은 눈 깜짝할 새 날아가버리고... 올 한 해 가장 기다리던 행사라도 열리는 것처럼 들뜨기 시작하더군요. 시험 치르고 온 이 친구, 벙글벙글~ 얼굴이 어찌나 환하고 편안한지..., 세상이 달라진 거 같느냐니까, 그렇다고, 딴 세상처럼 보인다고 하네요. 평소 하던 것보다는 잘 못했지만, 많~이 못한 건 아니고 살짝^^ 못한 거라 괜찮다면서요.. 10시간이나 꼬박 낯선 교실에서 시험지를 붙들고 씨름했을 텐데도.. 게다가 감기까지 걸리고, 하필 시험장 난방장치가 고장인지 추웠다면서도, 내내 참 기분이 좋다고, 이제 정말 평생토록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게 생기고, 그걸 하기 위한 준비로 긴 시간 애쓰고, 이제 뭔가 첫단추를 끼웠다는 느낌에 무척이나 홀가분했던 모양입니다. 언제부턴가 준이는 내내 물리를 가르치는 과학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 꿈을 가지면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 보겠다고 나섰던 거 같습니다. 아이들이 물리학을 제대로 배우게 해주고 싶다는 다부진 생각도 있고, 공부하는 맛을 알아가는 것도 같고, 게다가... 살인미소^^까지... 이만하면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겠지요? 우리 아이들은 용케도 참 잘 견딥니다. 아니 그저 견디는 게 아니라... 아물지 않을 것 같은 상처에 새살이 돋는 것처럼 믿기지 않는 생명력으로 새 세상을, 삶을 만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도서관에 온 준이를 반겨 맞아주던 느티나무 식구들... 아르바이트 하느라 더 바빠질 거라고는 하지만 그 큰 키로 성큼성큼 들어서는 모습 이젠 자주 만나실 것 같습니다. 몇 달 동안 책에 빠지고 싶다고도 하고, 동생들에게도 뭔가 해줘야겠다네요. 아마.. 민규 아빠를 빼면, 느티나무에서 키가 제일 큰 셈이니 우리 아이들 이제 목마 태워달라고 줄 서게 생겼습니다. 몇 년째, 준이를 붙박이 손님으로 맞아 머리 쥐어짜며..ㅋㅋ 같이 공부하랴 맛있는 거? 챙겨먹이랴 애쓰신 송금희선생님, 손가락이 긴 준이가 짬짬이 그 좋아하는 피아노를 놓지 않게 해주셨던 유성순선생님,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노릇, 이모노릇, 언니누나노릇... 늘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는 젬마, 오늘.. 모두들 단잠에 빠지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멀리 헝가리에서 우리 민호랑 예쁜 딸 민주 보는 재미에 빠져있을 강기숙씨. 오늘 같은 날 강가딘의 그 멋진 ‘세레모니’를 봐야 하는 건데..ㅎㅎ 당신이 늘 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정말 많이많이 보고 싶네요. ㅎㅎ 준이 보고 싶죠?.. 그럴 줄 알고 사진을 한 장 찍어뒀죠.. 기어코.. 수험표를 들고 한 장 찍어야 한다기에.. 한 장 더^^ 친구들이랑 술 한 잔 하러 간다고 듬직한 내식이 형아 따라 나서는 준이를 보내고 돌아오는데, 앞에 늘어선 자동차들 불빛이 우리 준이 참 멋지다고, 뭐든 잘 해낼 거라고 응원하는 폭죽 행렬 같더군요. 아이가 십대로 보내는 마지막 가을이 참 아름답네요. 아이가 청년이 되면서 맞이하는 올 겨울이 참 따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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