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예비사서의 '도서관 일기' ①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0-06-02 조회수 : 373

Episode 01. 3월 4일(수) 1일째; 설레는 첫 시작

덜컹 덜컹…? 느티나무도서관에 도착했는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시더니 도서관의 문을 열어주며 “‘홍경옥’ 맞으시죠?” 물어봐주셨다. 나의 이름을 알고 계시다니! 도서관으로 들어가니, 예비사서 아지트 책상에 노트와 나의 명찰이 준비되어 있었다. 감동이었다. 도서관을 소개 받고 관장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악수를 청하시는 모습에 관장님을 더 존경하게 되었다.

 

 

선배 사서가 낭독해주신 그림책 ‘숲속에서’가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의 입장에 이입하게 되었다. 숲 속으로 떠났다가 다시 원래의 집으로 돌아오는 주인공을 보며 예비사서의 설레는 첫 시작과 마지막 순간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서 본인이 체화하고 있는, 굳은살 같은 '암묵지(暗默知)'를 기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티나무도서관. 암묵지는 조직을 잘 굴러가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의 암묵지는 어떻게 쌓여갈까?

 

                       

Episode 02. 3월 5일(목) 2일째; 예비사서 낭+독회

낭독회는 처음이었다. 책을 미리 읽어올 필요 없이 도서관에 와서 편하게 둘러앉아 그냥 책을 소리내어 읽으면 되는 모임이라니! 예비사서 낭독회를 하기 앞서 많은 걱정이 되었다. 나의 말소리, 발음에 자신이 없었기에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모두가 편안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의 마음도 편안해졌다. 낭독회를 하고나니 또 한 번 나의 한계를 뛰어넘은 기분이었다. 혼자 책을 읽을때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와서 정말 좋았다.

 

Episode 03. 3월 8일(토) 3일째; 수서회의

수서회의에 참가했다. 수서회의는 도서관에 어떤 책을 수서할지 사서들이 모여 논의하는 시간이다. 열정적이지만 냉정한 토론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수서지침도 꼼꼼하게 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생길때 열심히 봐야겠다. 내가 그림책 『씩씩해요』 를 소개하니 다른 사서들이 코멘트를 했다. “어? 이 책 도서관에 없었어?!” 뿌듯했다. 열정의 시간 속 내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격이었다. 앞으로 내가 수서한 책들은 어떤 코멘트를 듣게 될까? 다음 주 수서회의가 기대된다. :-)

Episode 04. 3월 13일(금) 4일째; 메이커 스페이스

3층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후원자를 위한 업사이클 상자를 만들고(처음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한 순간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다. 선물을 받고 기뻐하셨으면 좋겠다.) 레이저커터 사용법을 익혔다. 도서관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용자들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를 읽으며 와닿았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제발 도서관이 화석이나 박제처럼 숨을 멈추고 딱딱하게 굳어 있지 않기를 바란다. 21세기, 이 다양성의 시대에!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 박영숙 (알마)

 

Episode 05. 3월 26일(목) 17일째; 어린이 문학 스터디

코로나19 대응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느티나무도서관 홈페이지의 컬렉션을 점검하고 어린이 문학 스터디를 했다. 페리 노들먼의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 I』 속에는 우리들이 생각해봐야 할 거리들이 넘쳐났다. 나의 관심분야 였기에 더더욱 한 문장, 한 문장이 와닿았다. 저자가 던져주는 질문들에 답하며 내가 어린이 문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다시 짚어볼 수 있었다. 얼른 재택근무가 끝나고 다 같이 둘러앉아 어린이 문학 공부를 하고 싶다.

 

Episode 06. 4월 8일(수) 27일째; 코로나 대응, 컬렉션

도서관 곳곳마다 사서의 손길이 닿는다는 것이 새삼스레 위대함으로 다가왔다. 관장님께서 반납책 소독방법을 알려주셨다. 소독해야 하는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2시간 동안 책 소독을 계속했다. 이후에 컬렉션 워크숍을 진행했다. 컬렉션이 만들어진 배경과 각각의 자료들이 가진 의미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라 매우 알찼다.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몰랐던 많은 의미들을 알게 되어 감사했다. 컬렉션 버스킹이 기대된다. 얼른 코로나 19를 모두 이겨내고 컬렉션 버스킹이 시작됐으면 좋겠다.

 

Episode 07. 4월 25일(토) 39일째; 내가 만난 이용자

지난 주에 시리즈 20권 정도를 빌려간 학생이 반납하러 왔다. 다 읽었는지 묻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권했다. 추천해드린 책을 보고 좋아해주셔서 기뻤다. 이용자와 사서 간의 벽이 조금은 허물어진 느낌이었다. 내가 카운터에 언제 머무는지도 물어보고 가셨다. 다음에 책 후기 듣고 싶다!

 

 

 

 

 

저번 주에 내가 공부하기 위해 꺼내둔 책을 빌려가신 분도 오셨다. 이번에도 50권 넘는 책을 대출/반납하시고 가시며 "어른들이 읽으면 좋을만한 책 있어요?" 물어보셔서 컬렉션 추천해드렸다.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려고 노력한 결과들이 보여서 기쁘다. 너무나 반갑다. 카운터에 전화도 많이 왔다. 도서관에 처음와서 카운터 업무를 볼 때 전화받는 것이 가장 힘들었는데, 이제는 겁내지 않고 담담히 통화할 수 있게 되었다.

Episode 08. 5월 6일(수) 42일째; 지렁이 담당, 아카이브

집에 차곡차곡 모은 지렁이 밥을 주러 출근하자마자 3F으로 달려갔다. 6일 동안 밥을 주지 못해 두려운 마음으로 지렁이집을 살폈는데 아주 잘 자라주고 있다. 음식물을 먹고 퇴비를 만들어주는 지렁이가 정말 대견하다. 아카이브 시간에는 아카이브의 역사도 듣고, 200여 개의 서지를 수정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기록을 보존하기 위해 아카이빙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서의 역할과 역량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Episode 9. 5월 16일(토) 50일째; 예비사서 업무에 임하는 자세

느티나무도서관에 와서 많은 것을 배웠다. 많이 배우니 혼자서 척척 할 수 있는 것이 늘어서 좋다. 연체문자를 이젠 혼자 보낸다. (문자 보낸 지 10초도 지나지 않아 전화가 마구 울렸다. 전화의 늪에 잠깐 빠졌다.) 이제는 속도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 "업무시간에만 딱 일하기!". 아직도 배울 게 많고도 많다. 그러니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철저히 하자. 예비사서는 "무언가를 해야 해!"가 아닌 "열심히 배우자!"이다. 누군가의 곁에서 배우는 것임을 잊지 말고 실력을 차곡차곡 쌓자. :-)

 

글. 예비사서 홍경옥

https://han.gl/OYx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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