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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_제로쓰레기] "느슨한 커뮤니티를 이어가는 법"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3-12-08 조회수 : 950

“느슨한 커뮤니티를 이어가는 법”

느티나무재단, ‘제로쓰레기’를 만나다.

 

* 삼삼오오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5개의 팀을 만납니다. 삼삼오오 지원사업은 지역 돌봄, 로컬푸드, 대안 교통, 자원순환 등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팀들과 함께합니다.

 


 

느티나무도서관 3층에서는 보통의 도서관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진다. 보글보글 요리하는 소리가 들리고, 부엌 옆 텃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고 작물을 기른다. 다 마신 와인병을 잘라 화분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활기의 중심에 삼삼오오 [제로쓰레기]의 손선영(이하 보리씨)이 있다. 느티나무재단이 보리씨를 만나 제로쓰레기 활동의 이모저모를 들었다.

 

 

 낮술낭독회와 제로쿡 

 

“취미 삼아 만든 술을 가져와 나눠 마셨어요. 그러면서 책을 읽은 게 느티나무도서관에서의 첫 활동이었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보리씨는 관심있던 여러 분야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술을 만드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때에 취미 삼아 만든 술을 가지고 느티나무도서관에 왔다. 코로나 시기에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찾은 것이다. 보리씨는 술과 도서관 부엌에서 간단히 만든 음식을 도서관 이용자들과 나눠 먹으며 ‘낮술 낭독회’를 꾸렸다. 

 단골 이용자였던 보리씨는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과 사서들의 응원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도서관 3층에서 먹거리 낭비 없는 식당 '제로쿡'을 운영하게 되었다. 보리씨는 이전에 식품 회사를 다녔던 경력 덕에 '도서관 식당 운영'에 조금 더 쉽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제로쿡과 어울리는 단어로 ‘유연함’을 꼽을 수 있다. 느티나무도서관 팜파티를 통해 맛있는 목이버섯이 생기면 목이버섯 덮밥을 만들고, 이웃이 가져다 준 재료로 반찬을 만들기도 한다. 보리씨의 음식에는 한 그릇 한 그릇 모두 이야기가 담겨있는 셈이다.

 보리씨는 이 식당이 100% 본인만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제로쿡 운영 시간이 아닌 때에 누구든지 와서 도서관 부엌을 사용할 수 있고, 이웃이 가져온 요리 재료를 고맙게 받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 덕에 보리씨는 더 열린 마음으로 제로쿡을 운영한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편하게 듣고, 메뉴도 상황에 따라 자주 바꿀 수 있다. 식당 운영에 대해 보리씨는 "아직은 어려운 것보다는 고마운 것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제로쿡에서 제로쓰레기 활동까지

 

“쓰레기가 안 나올 수 없다면, 나온 쓰레기를 활용해볼까?”

 

  

 

어느덧 제로쿡은 느티나무도서관의 든든한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지만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고충들이 생겨났다. 먹거리 낭비 없는 식당을 추구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보리씨는 고민 끝에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고- 그 퇴비로 다시 식물을 키웠다. 바질, 루꼴라, 고수 등 다양한 작물을 길러 요리를 하기도 하고, 작은 화분에 심어 판매도 했다. 이렇게 보리씨는 제로쿡 운영에서 시작해 여러 제로 쓰레기 활동에 도전했다. 식당 운영과 텃밭 관리까지. 활동이 깊어지며 보리씨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보리씨 혼자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기 버거울 때, 삼삼오오 지원사업이 도전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시작할 마중물이 되었다. 제로쓰레기 활동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함께 시즌 1에서 음식물쓰레기로 퇴비를 만들고, 나아가 시즌 2에서는 와인병을 잘라 화분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전 활동에서 배운 점으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같이 해주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

 

"사실 커뮤니티라는 게 저한테도 어려워요. 자발적이어야 하는데 누군가는 주체적이어야 하죠. 또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지속 가능해야 해요. 좀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보리씨는 "같이 하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기에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커뮤니티 활동은 ‘자발적이어야 하면서, 누군가는 주체적이어야만 지속되는 것’이기에 어렵다. 보리씨는 삼삼오오 프로젝트를 통해 여유를 가지고 ‘느슨한 커뮤니티’를 이어가는 법을 배웠다. 많은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활동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가까이에 있는 한 두 사람과 함께 조금 느리지만 꾸준한 활동을 이어간다. 

 

보리씨는 누구라도 쉽게, 자발적으로 좋아서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꾸준히 활동을 하다보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보리씨의 커뮤니티가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인터뷰: 예비사서 박가연, 예비사서 신소민

글 작성: 예비사서 김채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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