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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가 만난 사람들 #03] 동천 24.41통 통장, 고해분 님을 만나다.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4-04-17 조회수 : 145

느티나무도서관, 동천 24.41통 통장

동네 오지라퍼 고해분 통장님을 만나다.

 

* '느티나무가 만난 사람들'은 느티나무도서관이 직접 발로 뛰며 만난 지역 주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젝트입니다.



 

어느덧 새순이 자라나는 4월 초, 동천 24.41통 통장, 고해분 님을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경로당 옆 텃밭으로 모였다.

한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엉망이 된 텃밭을 청소하기 위해 느티나무도서관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너 나 할 것 없이 장갑을 끼고, 삽과 낫을 들고 쓰레기와 잡초를 정리했다. 더운 날씨에 고된 작업을 끝내니 모두가 지쳤다.




지친 몸을 이끌고 통장님을 만나기 위해 들어선 경로당에는 어르신들이 우리를 따뜻하게 반겨주셨다.

고해분 통장님을 만나기 전, 처음 만나는 예비사서들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주실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우리 예비사서들은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손녀들처럼 어르신들 덕분에 어느새 걱정보단 만남의 설렘이 가득했다.

고해분 통장님은 “나는 말을 잘 못해..”라고 하셨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또, 종종 “그게 뭐더라..”라 하시며 우리에게 수수께끼 같은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마을을 위한 통장을 시작하다.

“내 성격이 그래. 사람들이랑 만나는 것 좋아하고 대화하는거 좋아해. 그래서 시작했지.”



인터뷰는 왼쪽부터 장정석 (전) 노인회 회장님, 권명하 회원님, 고해분 통장님과 함께 했다.

 

고해분 통장님은 약 12년, 그 긴 시간동안 통장으로 일하며 마을에 힘썼다.

타지에서 이사와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때 남편에게 통장직 제의가 들어왔지만, 회사생활을 하던 남편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자도 할 수 있다는 말에 통장에 지원했다. 고해분 통장님이 덥썩 하겠다고 나타나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며 장정석 회장님은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서 권명하 님은 고해분 통장님의 리더십, 포용력에 관해 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렵고 속상할 때도 많지. 쉬운일은 아냐”




고해분 통장님은 통장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말했다. 동네 주민들이 '어디가 깨졌는데 그걸 보고 다니는거냐. 왜 그걸 안하냐' 등 이런저런 민원을 듣다보면 속상할 때도 많았다고 한다. 

요즘은 무언가 해보려 주민들 동의를 받으려 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과 함께하는 지금이 즐겁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노력과 마을에 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느티나무와 함께 하다.

“느티나무도서관이 우리 동네를 위해 같이 수고해줬지”



 

2021년, 동천동 공영주차장 조성을 회상하며 고해분 통장님이 말했다. 공영주차장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과거, 공영주차장 예정 부지였던 곳에 유료세차장이 생기며, 공영주차장이 무산되고 동네의 주차난은 나날이 심각해져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동식 CCTV 주차 단속이 예고되었다고 한다.

 

주차관련 혼란이 지속되던 중, 느티나무도서관 운영위원회 주최로 고해분 통장님과 지역 주민들이 주차 환경 개선에 대해 용인시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공영주차장을 만들어 내는 성과를 이뤄냈다. 간담회 당시 고해분 통장님은 택지개발계획시 예정된 주차장 도면을 제공하는 등 간담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동네에 최선을 다했다. 이후에도 경로당 건설, 반찬나눔 등을 언급하며 지역 사회 일에 느티나무도서관이 함께 해주어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이제 막 1년이 되어가고 있어. 이제 안정기로 가야지”





2023년 4월 21일 개소한 24·41통 경로당은 막 1년이 되어가고 있다. 고해분 통장님은 이제 경로당이 어수선함을 벗고 안정기로 들어갈 때라 말했다. 아직은 경로당에 찾는 어르신들이 많지 않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 동네 주민들이 잦은 발걸음을 하고, 느티나무도서관도 지금처럼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느티나무도서관은 통장님과 마을에서 함께하는 경로당과 함께 <2024 골목히어로>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반찬나누기, 낭독회 등 여러 프로그램을 골목에 숨어있는 선배 히어로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재미난 이야기들이 가득한 할머니들의 아지트


            <일곱 할머니와 놀이터> 구돌, 비룡소



인터뷰하는 동안 고해분 통장님과 함께 자리한 어르신들의 모습은 그림책 <일곱 할머니와 놀이터>를 생각나게 했다.

이 그림책은 재주 많은 일곱 할머니의 떠들썩한 한낮 대소동을 보여주는데, 경로당의 어르신들도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상상하게 됐다.

 

이전에는 경로당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그림책에서처럼 낮잠을 주무시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인터뷰하면서 만난 어르신들은 재미난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경로당은 이제 막 1년이 되었고 그림책 속 할머니들의 정자처럼 매일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는 아지트로 변할 것 같다.

앞으로 통장님과 어르신들이 골목히어로로 활약하실 것을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친다.

 

 

2024.04.12

인터뷰: 예비사서 권기록, 이지현, 한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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