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새로운 글모임 첫 후기 올립니다

작성자 : 강기숙 작성일 : 2009-03-04 조회수 : 4,743

'책을, 난 좋아하나 싫어하나'란 주제를 놓고 몇몇 해를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도서관을 들락거리면서도, 심지어는 독서회를 하면서도 책에 대한 나의 고민은 지나치게 진지한 것이어서 그것에 대한 양가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매기 일쑤였던 것이다. 물론 책은 재밌고 지혜와 지식이 담겨있고 등등 그 효용성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헤아릴 수 없이 크다. 그러나 한편, 책을 읽을수록 드는 생각, '머리만 커지고 있다'는 그 생각은 나의 책읽기를 몹시 불편하게 만들었다. 소위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람들중 태반은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보다 얼마나 더 못난 행태(행동하지 않는 양심, 말만 청산유수)들을 보이는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양심을 일깨울 수 없는 책이라면, 에잇, 읽어 무엇하랴하고 책하고 담을 쌓았었다. 나는 책이 싫어요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난 정말 책을 싫어했을까?

지난 몇 해동안 실제로 난 책을 거의 되도록이면?? 안 읽었다. 이말은 사실 슬금슬금 내가 내 눈치 보면서, 핑계 대가면서 읽었다는 말과 같다^^ 어쩔 수 없이 책에 눈이 가고 손이 갈 때마다 짐짓 난 모른척해주었다. 이 무슨 미친 짓인가?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는 아예 작정을 하고 읽어댄다. 책을 이따만큼 쌓아놓고 죽어라 읽어댄다. 읽다 지쳐 잠이들고 때문에 어깨죽지가 아플만큼. 이제는 정말 솔직할 때가 된 것같다. 난 책이 좋다.

요사이 햄릿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마흔이 넘어 읽는 햄릿은 전혀 새롭다. 우유부단의 대명사 햄릿에게서 내 모습을 보며 그의 고민은 곧 나의 고민과 같다. 고전을 새로 읽는 기쁨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이 크고 값지다. 몇 년간의 책으로부터의 유배가 나쁘지만은 않았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책으로 유턴한 지금 그러나 책만 읽는 바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결심은 여전하다. 실로 간서치라 불리웠던 이덕무는 책만 읽는 바보가 전혀 아니었다.
책을 통해 선인들의 지혜를 배우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읽고 배운 것을 실천하고 살았던 이덕무와 그의 벗들처럼 나도 그렇게 되고,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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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로운 독서회를 시작하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되었었는데 어제 드디어 동을 떴습니다. 강기숙, 박영숙, 이동희, 이민수, 이윤남, 이은주님이 모여서 읽고 싶은 책, 독서회의 방향, 시간 등을 의논했습니다. 매월 1/3주 화요일 저녁 8시에 모이기로 했고요, 따라서 다음 모임은 3월 17일이 되겠습니다. 독서회를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제게 연락주세요. 이메일로요( judedavid97@yahoo.co.kr).

첫 발제자는 저 강기숙이고, 읽을 책은 스튜어트 서덜랜드의 <비합리성의 심리학>입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어제 막 뜨끈뜨끈하게 발견한 책이기 때문이고, 그러니까 검증은 안됐어요, 모험이죠^^  그러나 제가 읽어본 데까지에 의하면 무척 잘 써진 글이고, 번역도 매우 매끄럽고 무엇보다 내용이 재미있고 실용적이라는 느낌입니다. 합리성의 오류에 빠져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임 후에는 이 곳 사랑방에 후기를 올릴 터이니, 독서회 참여하지 않는 분들도 후기를 통해서 간접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어제 모임에 못 오신 분들 다음에 뵙기 바라고요, 오전시간이 좋다는 분들, 마구 우기시면 또 압니까? 맛있는 것 사주시고 그러면 시간은 바뀔 수도 있지 않겠어염?!

위 책의 머리말에 오스카 와일드의 다음 말을 패러디한 말이 있더라고요.
*오스카 와일드의 금언 "인생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중요하다(Life is too important to be taken seriouly)."
이 말이 어찌나 저를 찌르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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