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작성자 : 하승우 작성일 : 2010-07-01 조회수 : 5,899

어제 상현동에서 느티나무 사람들을 만나 가볍게 맥주를 한잔 하고, 희갑, 종환, 대성님과 도서관 근처에서 소주 한잔을 더했습니다.
덕분에 집에 아주 늦게 돌아왔고, 조용히 방에 들어가려는데 아뿔싸 방문이 잠겨 있더군요.
늦은 귀가에 대한 벌이라 여기고 마루에서 잠을 청했습니다(실은 문이 고장났더군요.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하지요...--;;).

용인에 이사온지 5개월 정도 됐습니다.
느티나무에서 이런저런 분들을 만나며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인턴들을 보며 또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그러다 문득 장일순 선생님의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조금씩 돌아보며 살아야겠다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도서관 정리 하느라 다들 바쁘실 텐데요... 아무래도 오늘은 집안일에 열중해야 할 듯 싶습니다.--;;

생각난 김에 장일순 선생님의 말을 느티나무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군요.
장일순 선생님의 말씀을 모은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이라는 책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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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사람을 만나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는
꼭 강가로 난 방축 길을 걸어서 돌아옵니다.
혼자 걸어오면서
'이 못난 나를 사람들이 많이 사랑해 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또 '오늘 내가 허튼소리를 많이 했구나.
오만도 아니고 이건 뭐 망언에 지나지 않는 얘기를 했구나.'
하고 반성도 합니다.

문득 발 밑의 풀들을 보게 되지요.
사람들에게 밝혀서 구멍이 나고 흙이 묻어 있건만
그 풀들은 대지에 뿌리내리고
밤낮으로 의연한 모습으로
해와 달을 맞이한단 말이에요.
그 길가의 모든 잡초들이
내 스승이요 벗이 되는 순간이죠.
나 자신은 건전하게 대지 위에 뿌리박고 있지 못하면서
그런 얘기들을 했다는 생각에
참으로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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