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아빠, 찌찌가 없다고 울지마

작성자 : 하승우 작성일 : 2010-09-20 조회수 : 6,584

이제 솔랑이가 세상에 나온지 두달이 지났어요.
몸무게는 어느새 7kg을 넘었고 키도 많이 컸어요.
발바닥에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허벅지도 튼실해 졌지요.


제가 이렇게 무럭무럭 크는 동안 엄마, 아빠는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특히 우리 아빠요, 살이 계속 빠져요.^^
제 몸무게와 아빠 몸무게는 반비례한답니다.

아빠는 가끔 이렇게 얘기해요.
"헬스클럽에서는 바벨무게를 조절하는데(헬스클럽을 한번도 다니지 않았으면서 뻥 치시기는!) 얘 몸무게는 너무 빨리 늘어나는 것 같아.ㅠㅠ"
어쩌겠어요.
내가 아빠 건강해지라고 세상에 태어난 것도 아니구.
아빠, 운명을 받아들이세요.ㅋㅋ


한때 아빠는 엄마를 무지 부러워했어요.
엄마는 아빠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솔랑이를 한방에 잠재울 수 있는 절대보물, '찌찌'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솔랑이가 몸을 뒤로 제끼며 자지러질 때, 솔랑이가 입을 양껏 벌리고 엄청난 함성을 귀에 대고 질러댈 때도, 찌찌신공 한방이면 솔랑이는 금세 온순해지니까요.
아빠가 솔랑이를 안고 달리고 공중제비를 돈들, 찌찌신공에는 비할 바가 아니죠.
솔랑이 덕분에 몸 좀 좋아졌다고 자만하던 아빠는 찌찌없음에 허탈해하며 솔랑이에게 눈을 흘기거나 OTL(좌절) 모드에 빠져들어요.
쯧쯧. 타고난 게 그만큼인 데 어떡해...

그러던 어느날...
아빠는 신체의 비밀을 깨닫기 시작했어요.
솔랑이가 빨기에 몰두하다 실수로 아빠의 팔을 빨았는데...
세상에.. 솔랑이가 그렇게 아프게 빠는데도 아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답니다.
그래, 이렇게라도 빨리면 좀 조용해지지 않을까?

그러면서
아빠는 엄마의 고통을 조금 이해하게 되기도 했답니다.

엄마가 솔랑이 젖을 먹이며 처음 빨기 시작할 때 기분이 묘해지면서 약간 우울해진다고 했는데 아빠는 전혀 이해를 못했어요.
그런데 솔랑이가 한번 지대로 빨아줬더니 아빠는 고통스러워하며 솔랑이 머리를 팔에서 떼어냈어요.
물론 좀 심하게 빨기는 했죠. 팔에 시뻘건 피멍이 들었으니까요.ㅋㅋ
지금도 아빠는 가끔씩 솔랑이에게 팔을 맡기곤 해요(빨릴 때의 묘한 고통을 즐기는 변태라는 소문도...-.-;;).

어쨌거나 솔랑이가 엄마 찌찌만 찾으면서 한동안 시큰둥하게 지내던 아빠는 솔랑이와 친해질 방법을 드디어 찾았어요.
그건 바로 솔랑이 목욕이예요.
솔랑이는 아빠 체질을 닮아 땀을 많이 흘려서 하루에 한번씩 목욕을 시켜야 하는데, 몸무게가 늘어나면서 엄마 손목이 아프자 곁에서 보조 역할을 맡던 아빠가 드디어 손수 솔랑이를 씻기기 시작했어요.
가끔 미소도 지어주고 물장구도 치며 놀아드리자 아빠는 저를 목욕시키는 재미에 쏙 빠져버렸답니다.
이제는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솔랑이 목욕시키고 옷도 갈아입힌답니다.
잘 키운 아빠, 엄마 부럽지 않다는 게 이런 거겠죠.

그러니 전국의 유아 여러분, 엄마만 잡지 말고 아빠를 활용합시다.

아빠들은 참 단순해요, 살인미소를 씩~ 보내주고 물장구를 텀벙텀벙 쳐주기만 하면 귀여워서 눈을 떼지 못한답니다.
아기세계의 혁명을 일으키자구요.
어떤가요, 게바라 아저씨랑 제가 좀 닮지 않았나요?ㅎㅎ


그렇게 어울렸더니 이제 다시 아빠 품이 포근해졌어요.
요즘은 아빠 품에 안겨 잠을 드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몸무게가 늘다보니 아무래도 아빠가 저를 잘 안아준답니다(엄마는 '찌찌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소문이...ㅋㅋ).

저도 나름 적응을 잘 하지만, 우리 아빠도 적응을 잘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솔랑이가 눈을 뜨고 있는 게 두려워서 어떻게든 재우려고 전전긍긍하더니, 요즘은 한두시간은 너끈하게 솔랑이랑 논답니다.
그러다 슬쩍 잠이 온다는 신호를 보내주면 똑똑한 아빠는 곧바로 저를 재우기 시작하지요.
실컷 놀고 잠을 자니 기분이 좋고 괜히 찡찡대는 시간도 줄어들었어요.
이제 서로의 싸인이 맞아간다고 해야 할까요.ㅎㅎ

이제 다음달이면 솔랑이 백일이에요.
엄마, 아빠는 솔랑이가 고개만 가누면 밖으로 나갈 거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지요.
그러면 여기저기 솔랑이가 얼굴을 비추게 될 거예요.
그럼, 추석 잘 보내시구요, 그때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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