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오늘의 에세이: 아빠와 함께 한 다섯시간...

작성자 : 솔랑이 작성일 : 2010-12-14 조회수 : 5,457


울 아빠, 엄마가 문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긴장한다.
츳, 내가 그리도 무섭나... 아마추어 같으니..

지난 일요일, 엄마가 서울에 다녀와야 한다는 사실을 안 이후 아빠는 초조해 하기 시작했다.
애써 태연한 척 미소를 머금던 아빠, 엄마가 문밖을 나서니까 땀을 삐질 흘리네.ㅎㅎ

아빠, 솔랑이는 그런 애가 아니니 너무 걱정마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말은 나오지 않는다. 왜냐? 나는 아직 말을 못해요. 흑흑...ㅎㅎ

엄마가 문밖을 나서자 아빠는 애써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본다. 우리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겠지?
나도 그러곤 싶다.

허나. 아빠는...
엄마는 나랑 시간을 보내며 호흡을 맞춰서인지 내가 울면 몇 가지 선택사항을 제시하는데 아빠는 무슨 말인지 모른다...ㅠㅠ
"아, 우리 솔랑이, 어허...", 아빠, 내가 광고에 나오는 싸가지 없는 아이는 아니지만 그리 단순하지도 않거든요...ㅠㅠ

허둥대던 아빠, 드디어 비장의 무기를 꺼내든다. 그건 바로 '아슝'
40대의 우리 아빠, 팔힘을 짜내어 나를 공중으로 치켜든다. 아슝~~~~하며...
헐. 그런데 아빠, 이건 엄마아빠가 함께 있을 때 재밌는 놀이거든요.
아빠가 뒤에서 나를 들고 아슝하면 나는 누구를 보면서 즐거워 해야 할까요...ㅠㅠ
물론, 아빠도 나의 이 맘을 안다. 오죽하면 아슝을 할까...

아슝하고 분유먹고 뒹굴다보니 어느덧 코코할 시간.
요즘 나의 스타일상 오래 자지는 않고 한 시간 정도 자다 깨어나니 아직 세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나를 안고 재우던 아빠의 얼굴은 '팍삭' 늙었다.
늙은 아빠, 나의 눈치를 보며 1박 2일을 슬며시 본다.
아, 이건 아니다. 이쁜 솔랑이를 두고 다른 곳에 눈을 두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몇번 짜증을 냈더니 우리 아빠, ㅎㅎ 역시 TV를 끄고 나에게 집중한다.
그래도 엄마가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다...

갑자기 우리 아빠 고민을 한다.
내가 솔랑이랑 뭘 하며 놀아줄까?
생각해보니 뭘 할지 모른다.
그래, 아빠는 나랑 시간을 많이 안 보냈지. 내가 뭘 좋아할까?ㅋㅋ
그제서야 우리 아빠는 이것저것 집안의 장난감들을 뒤적거린다.
예의상 십분 정도씩 놀아주지만 아, 나의 맘에 들지 않아...

삐질 땀을 흐리던 우리아빠, 몸에도 좋지 않은 전자파를 무시하고 컴퓨터 앞에 앉네.
그러곤 경기도 실시간 버스 검색으로 들어간다.
엄마는 언제쯤 올까.... 헐...
그래도 남은 시간은 한 시간...

우리 아빠, 철인경기에 들어간다.
아빠의 건강을 생각해 코코하고 싶지만 이번 기회에 울 아빠 교육을 좀 시켜볼까?(나쁜 시끼ㅠㅠ)
앙, 하고 울어주니 울 아빠 분주하다.
분유타랴, 이거 신경쓰랴, 저거 신경쓰랴..
분유먹으며 잠깐 졸다 일어나니 엄마가 눈앞에 와 있네... 아, 역시 엄마가 최고야...(헐..)

아빠와 함께한 다섯 시간.
아빠, 앞으론 솔랑이가 뭘 하고 노는지, 솔랑이의 울음이 어떻게 다른지 신경 좀 쓰세요.
이제 조금 아셨죠?
하여간 아빠한테는 빈틈을 보여주면 안된다니깐...

솔랑이의 우리 아빠가 달라졌을까? 끝...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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