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느티나무도서관 활동설명회에 다녀와서

작성자 : 기철 작성일 : 2013-03-29 조회수 : 7,198


- 한글 프로그램에서 글을 썼다가 붙여넣으니 도무지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글자배치가 되질 않네요. 읽기 불편하신 분들은 첨부파일을 봐주세요.



같은 설명회를 보더라도 각자가 인식하고 경험하는 게 다를 수 있죠. 진실이란 꼭 녹음파일이나 영상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시간과 장소에 있었던 각자의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였고, 또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역시 진실의 한 측면입니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람이 각자가 경험한 것과 생각한 것들을 한 데 모으는 것입니다. 꺼내놓고 모아 놓으면 상황들이 더 분명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보고 생각한 설명회에 대해서 여기에 덧붙여 보겠습니다.

 




저는 10시 살짝 전에 도서관에 도착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하로 통하는 철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지하카페에 들어가니 아직 실무자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2층에서 책을 보다가 10시 20분쯤에 내려갔습니다. 내려갔더니 강당 칸막이 안으로 현나라 사서님이 방명록 작성을 안내하고 계셨습니다. 둥글게 놓인 테이블과 의자 사이로 듬성듬성 10명이 계셨습니다. 아직 10시 30분 까지는 5분정도 여유가 있네~ 하며 커피를 주문하고 아메리카노를 받아서 들어왔습니다. 의자에 앉고 나서 바로 설명회가 시작 되었습니다. 아는 분들이 한 명 한 명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눈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노영주님이 뭔가 읽기 시작하셨습니다. 2-3분정도 읽었습니다. 그 중간에도 사람들이 계속 왔습니다. 접이식 의자를 더 이상 놓을 수 없게 되자 이윤남 관장님이 카페의자를 한 쪽으로 당기면 어떻겠냐고 진행 발언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의자들을 바짝 붙여서 접이식 의자를 더 놓을 수 있도록 했고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영주님은 읽고 있던 글을 계속 읽어 나갔습니다. 왜 자원활동가 운영방식이 바뀌어야 했는지. 문화발전소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앞으로 느티나무 도서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했던 것인지 설명하는 글인 것 같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글이 읽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하지만 글자 하나하나 중요한 단어들이 많아서 그리고 제가 부족한 탓인지 세세한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5분정도 글이 읽혀졌고, 세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 곤욕스러워졌습니다.

 




그 순간, 왜 '글'을 읽는 방식을 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10분이나 읽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리고 정말 중요한 내용이 담긴 이 장문의 글을 왜 읽는 것으로 결정했을까? 하는 의문 말이죠.

 




그러던 중에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왔고, 공간이 비좁으니까 칸막이를 터놓고 자리를 더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읽는 것을 잠시 중단하고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자리를 만들고 사람들이 제 자리를 찾았을 때, 노영주님이 아직 끝나지 않은 글을 다시 이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5분이 지났고, 글 읽기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 글을 쓴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이 잠깐 있었고, 3명의 이사진의 의견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어서 느티나무도서관 활동에 대한 상세 안내가 30분간 이어졌습니다. 11시 20분 쯤이 되어 질의응답할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처음엔 김미성님이 질문했습니다. 우선 노영주씨가 읽어주신 글을 복사해서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노영주님은 문건을 복사해서 제시할지, 이야기할지는 저희가 정하는데 저희는 이야기하는 쪽으로 정했다고 하셨습니다. 늦게 오셔서 듣지 못한 분들에게 그 부분은 다시 읽어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런 완강함에 놀랐습니다. 여기에 온 사람들에게 취지를 더 잘 설명하고 한 명이라도 더 납득시키려고 했던 마음이라면 왜 복사를 해서 나눠주거나 PPT를 쓰지 않을까? 15분이나 읽어야 하는 장문의 글을 다시 읽을지언정 복사해서 나누지는 않겠다는 생각.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일까? 첫 질문에 대한 답변이 설명회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답답했고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오신 분들의 이야기는 한 결 같았습니다. 과정에서 있어야 할 소통방식이 일방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도서관이 이렇게 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결정사항을 바꾸겠다. 시시비비를 가리자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죄송하단 사과를 받으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 느티나무가 참 고민했구나 .... 느티나무가 생각하는 미래란 이런 것이구나. 공감할 수 있는 느티나무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입니다.

 




차분한 음성으로 느티나무의 미래에 대해서 진솔한 말로 설명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일어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저 느티나무가 지금껏 지켜온 느티나무의 언어로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안타까운 마음에 설명회에 참여했고 느티나무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목소리도 내보았습니다. 하지만 자원활동가들이 등을 돌리며 하나 둘 나가고 정리되는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에 돌아온 말은 "변동되는 건 없습니다."라는 단호하면서도 빠르게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자원활동가들이 왜 울먹거리면서 떨리는 음성으로 이야기했던 것일까요? 왜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모여 목소리를 냈을까요? 그건 "오고 싶으면 오고 오기 싫으면 오지 않아도 되는 곳"이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고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이기 때문입니다.

 




느티나무의 힘은 느티나무가 지켜온 언어에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그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 있습니다. 부끄러운 건 탄성과 야유가 아닙니다. 벽처럼 느껴지는 태도와 함께해온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이 소통방식에 있습니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그래서 느티나무의 도서관 문화가 더 튼튼하게 자리 잡길 바랍니다. 저는 애정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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