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행복했습니다.

작성자 : 민아짱 작성일 : 2013-03-29 조회수 : 7,299

책이 좋았습니다.

글재주도 없고
팩트를 찾는 능력은 더군다나 부족하며
돌아서면 지워버리는 저질 기억력에도
그냥 책이 좋아서
그렇게 사람이 좋아서
그래서 느티나무 도서관의 문을 두드렸나봅니다.

제가 알고 있던 느티나무 도서관은
누구나에게 참으로 따스한 사랑방같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서툴게 내밀었던 자원활동 신청서를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어색했지만 정말 행복했습니다.

결혼과 육아 전쟁으로 지치고 힘들때
저의 이름을 불러주며
'아~ 그래. 나도 아직은 어딘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구나...'란 생각을
다시금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그 고마움에 아주아주 행복했습니다.
 
책싸기 모임에서 낮가림이 심한 저에게 먼저 말붙이고 선뜻 손을 내밀어 주셨던
이름모를 자원활동가 분이 계셔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나무마루에 니스봉사를 하고 집으로 향하는 운전대에서
저도 모르게 속도감을 잊고 차선을 잡지 못하는 모습에
'하하하...내가 환각 증세를...'하면서도
 깨끗해진 마루를 생각하며
과연 이용자들은 우리의 마음을 알아줄까란 노파심에도
오늘도 새로워진 느티나무를 보며
행복했습니다.

언젠가 지하사무실 한켠에서 중국의 어느 지역에 책을 기증하게 되었다며
조금은 우리 동포에게 우리 것을 지킬수 있게 도움을 준 것 같다며
너무나 많이 행복해 하시던 박영숙 이사장님의 모습에
저 또한 덩달아 행복했습니다.

책보수를 위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때의 반짝이는 팀장님의 모습과
견학 온 어린 친구들에게 이 곳은 책을 고치는 병원이야..
책이 아프지 않게 너희가 소중히 해 줘...하며
장난아닌 장난을 치며 아이들에게 좀 더 다가서는 도서관의 모습에
많이 배우며 커가는 제 모습에
진정 행복했습니다.

되돌아보니 지나온 만 4년이라는 세월이
짧은 시간만은 아니었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3월 25일부로 아이 이름으로 만 2년정도 후원했던 후원을 그만 두었습니다.
후원을 제 이름이 아닌 아이 이름으로 그리고 아이 통장에서 인출되게 접수하면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아이에게 또 다른 느티나무를 심어 준 것 같아서
언젠가 아이가 자라서 또 다른 이에게 느티나무가 될거란 생각에
많이 행복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바꿔야 하는게 맞습니다.
시간을 거꾸러 거슬러 갈 수는 없지요.
커다란 발전을 위해서 불필요하다면 자를 수 있습니다.
아프지만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서운하지만 그래도 떨쳐 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곳이 나의 느티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느티나무를 너무나 많이 사랑했었나 봅니다.
저에게 너무나 많은 행복만 줘서
저에게 너무나 많은 사람사는 정을 느끼게 해줘서
그래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맙습니다.

당분간은 이 곳에 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실 상처 받았다고, 너무나 서운하다고 소리치고 싶지만
그래도 그 맘보다 느티나무에 대한 사랑이 아직은 너무나 큽니다.

아마도 얼마간은 월요일 오전이 저에겐 정말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당장 자원활동을 그만둔다고 해서
도서관이 문을 닫는게 아니란게 그래도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제가 느티나무에 처음 문을 두드렸을때의 마음 가짐을 가지고
다시 다가와 도서관에 또 다른 힘을 드릴거란 것을 알기에 안심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잊혀지겠지요.
그래서 참으로 아픕니다.
그러나 슬퍼하지는 않겠습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치유하라고 모두들 말합니다.

언젠가 제가 받은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그리고 웃으며 이 곳에서의 추억을 자연스레 이야기 할 수 있을때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래도... 그 곳에 그대로의 느티나무가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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