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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도서관이 만난 사람들 5] 마을공유지 874.6 파지사유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3-10-30 조회수 : 7,355

10월22일 동네엄마워크숍 다섯 번째 시즌의 마지막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100세 사회, 한국사회에서 엄마로 살아가기’라는 주제의 강의였습니다. 시즌을 마무리하는 강좌였기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인생이모작을 시작할 수 있도록 느티나무가 지역의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분이 수지에는 여러 모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점조직처럼 퍼져있어서 연결점이 없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 분이 ‘문탁’ 얘기를 하셨는데 나머지 분들은 대부분 잘 모르셨습니다. 이 글이 지역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지역 정보와 자료의 허브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느티나무도서관이 만난 사람들]은 느티나무를 찾아온 기관뿐 아니라 느티나무가 찾아간 기관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가려고 합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10월 12일 토요일 도서관 근처에 있는 ‘마을공유지 874-6 파지사유’ 집들이 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마을공유지의 번창을 기원하는 고사가 있었고 느티나무도서관에서도 동네 사람들의 일이 잘되기를 바라며 절을 했습니다.
 
 
공유지외관1.jpg

 
그런데 마을공유지, 874-6은 뭐고 파지사유는 뭘까요? 제가 받은 ‘마을공유지 사용설명서’에 따르면, 그 곳은 찻집, 북카페, 세미나룸, 회의실, 갤러리, 공연장, 작업실, 청소년카페로 다양하게 변신 가능한 공간,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시간과 돈과 에너지가 모여 만들어진 공간, 공사의 근대적 구분을 넘어 공통적인 것을 창안해내는 장소라고 합니다. 새로 만들어진 공유지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874-6번지를 선택하고 팔칠사육을 입말로 파지사유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익숙한 습속과 사유, 근거를 깨고 새로운 실험이 벌어지는 장소로 만들고 싶은 바램을 破之思惟 破之私有 破之事由에 담았다고 합니다.
 
 
공유지내부.jpg

 
파지사유에 들어서면 앞쪽에 동천동 동네가 그림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공유지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우리 동네의 특별한 장소들을 직접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한가운데에는 느티나무도서관도 보입니다. 문탁과 마을작업장, 좋은친구센터, 이우생협과 해피쿠키, 밤토실도서관도 보입니다. 안쪽으로는 빌려 쓸 수 있는 세미나실이 있고 입구에서 오른쪽으로는 음료와 쿠키 등을 파는 카페가 있습니다. 입구와 카페 사이 작은 공간에는 그림 액자가 하나 걸려있는데 이름하여 틈갤러리 입니다. 주중에는 천연화장품만들기, 고전강좌, 사서읽기, 연극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주말에는 청소년들의 동네아지트로 변신하여 청소년과 청년들이 준비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11월에는 ‘여기 사운드페스티벌 놈놈놈’ ‘내 밥상위에 고등어, 탈핵 그리고 시민’ ‘본격 진로상담 프로젝트 형아! 어디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 고사 뒤로 이어지는 공연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문탁과 마을공유지는 어떤 관계인지, 누가 어떻게 꾸려나가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등을 듣기 위해서 일주일 뒤에 다시 찾아가 요요라고 불리는 분을 만났습니다. 각자 나름의 이유로 다르게 살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던 무렵, 동네 친구 9명이 개인집 거실에 모여서 일리히 세미나를 하면서 ‘공부로 인생을 바꿔보자’며 문탁이라는 공부공동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증여론 등을 읽는 선물(gift) 세미나를 하면서 기브 앤 테이크의 등가교환이 아니라 공부도, 돈도, 밥도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답니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하면 공부를 통해 더 많은 친구들과 공통감각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떤 활동을 통해 삶을 바꾸는 생산적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 계속 질문하면서 실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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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와 세미나, 여러 사업단이 운영되면서 공간부족을 해결할 방법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문탁과 마을작업장 전체 이전을 염두에 두고 다녀보니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문탁 맞은편에 있던 식당 자리에 마을공유지 카페를 열기로 하였답니다.
 
공부공동체 문탁에 대해서 ‘불친절하다’ ‘문턱이 높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턱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기에 어떤 문턱이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내부의 요구와 외부의 요구를 결합할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탁은 불특정다수를 위해 서비스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문탁에서 공부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세미나의 주인이고, 문탁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문탁이 중시하는 공부 윤리는 책을 반드시 읽어오기, 후기쓰기, 친구관계에서 책임지기 등이며 친밀함보다는 공부를 중시한다고 합니다. 어떤 것이 ‘서비스’이고 어떤 것이 진정한 ‘환대’인가는 늘 고민이 된다고 합니다. 정답은 없고 언제나 새로운 상황만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문탁에서는 규칙이 아니라 윤리가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힐링과 수다를 넘어선 ‘접속의 순간’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문탁은 공공성과는 다른 것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무엇일까? 문탁이 생각하는 공공성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공공도서관인 느티나무도서관이 생각하는 공공성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차별없이 자유롭게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시장경제사회에서 그럴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몇몇 운동가들의 노력으로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근대 공공도서관이 가능해졌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이 생각하는 공공성은 확보하고 지켜야할 바의 가치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공공도서관이야말로 시민으로서 누리는 거의 유일한 공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문탁의 지향과 느티나무의 생각은 표현이 다를 뿐 비슷한 것도 같았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11월9일 토요일에 공공성이 무엇이며 나의 공공성은 어느 정도인가를 생각해보는 기획특강이 있습니다. 공공성에 대한 느티나무와 문탁의 생각에서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지 강좌에 참여하여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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