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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북클럽 TBS] 세번째 이야기, 다른 이의 삶을 공감케 하는 소설 읽기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4-02-24 조회수 : 7,205

 [화요북클럽 TBS] 세번째이야기, 다른이의 삶을 공감케 하는 소설 읽기
 
글 : 안정희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저자   
제가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 The Autobiography of an Ex-Colored Man 1912)을 읽을 때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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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씀으로써 나는 내 삶의 큰 비밀, 지난 몇 년동안 내 어떤 재산이나 소유물보다도 더 마음 쓰며 지켜온 비밀을 폭로하고 있음을 잘 안다. 이 글을 쓰도록 충동질한 동기가 무엇일까를 분석해보는 일은 내게는 아주 흥미로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아직 발각되지 않은 범인이 그일이 자신에게 파멸을가져오리라 거의 확신하면서도 누구에겐가 범행 사실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묘한 충동이 나에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내가 불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음을 안다. 그래서 나는 그 불장난 놀이가 주는 가장 짜릿한 스릴을 느낀다. 그리고 이 모든 것 뒤에, 내 삶의 모든 자질구레한 비극들을 다모아 그것들을 악의적 농담으로 바꾸어 사회에 앙갚음하고 싶은, 야비하고도 악마적인 욕구 같은 무엇이 작용하고 있다"
--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 1페이지
 
저는 책 제목과 첫 페이지를 읽는 것만으로 벌써 전 주인공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가 갖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는 못한 상태에서 책을 읽어가는 내내 주인공이 끝내는  비밀을 폭로하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조상 중에 흑인이 있었던, 겉으로 보기에 여느 백인처럼 보이는 혼혈 남성이 주인공입니다. 어느날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백인들은 모두 교실 뒷편으로 나가'라는 지시를 하기 전까지 그는 본인을 백인이라 생각했습니다. 친구들도 이웃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어서 교실 뒤로 나가려고 하는데 담임선생님이 제지합니다. 몇몇의 다른 흑인들과 함께 앉아 있으라고 합니다. 몇 번이나 일어서려 했지만 담임선생님은 강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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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부터 이 책이 작가 제임스 웰든 존슨의 자서전이라 생각했습니다. 책 표지에 등장하는 작가의 입술 눈매가 제가 익히 알던 흑인의 모습이어서 책을 읽는 중간 여러번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도 말입니다. 주인공이 왜 그토록 자신을 백인이라 생각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철썩같이 작가의 자서전이라 믿었습니다.  저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더군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동시에 외교관이었던 존슨은 니카라과 총영사를 지내던 1912년 익명으로 이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흑인의 인종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소설들은 다수의 백인 독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었습니다. 정작 그 주제에 주목을 해야 하는 백인들이 읽지 않는다면 계속 평행선을 달려야 했겠지요. 그래서 이 소설은 작가의 자서전처럼 보이도록 출간되었고 당시 미국 흑인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최초의 현대 흑인소설로 평가 받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실제 이야기라고 믿자 존슨은 이후에 자서전[My way]를 씁니다. 독자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주인공의 삶과 선택에 공감을 표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왜 소설을 읽는가라는 이야기를 하느라 [3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책이 이제 도입부가 발간되어 더 그랬습니다. 전편이 모두 출간되면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기겠지요. 길이가 훨씬 짧은 [마지막 거인]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오래 논의되었습니다.
[마지막 거인]은 책 크기가 작습니다. 그림책이긴 하지만 유아용은 아니구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어도 이 책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 부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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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사람들은 사람의 어금니처럼 생겼지만 어마어마하게 큰 이빨을 주운 주인공은 이빨의 주인을 찾아 모험을 떠났다가 위험에 빠집니다. 그러나 이빨릐 주인 거인이 목숨을 구해주고 친구가 됩니다.
멤버들은 이 간단한 그림책이 울림이 아주 크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거인의 존재를 세상사람들에게 이야기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인간은 거인을 말살합니다.
주인공은 뜻하지 않은 결말에 후회하지만 이미 때가 너무 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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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인간이''이 문제라는데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왜 어겼는지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소설읽기를 엄청 싫어한다'한 사람이 그런 말은 없다 했습니다. ! 그렇습니다. 그는 책을 느리게 읽는지는 몰라도 아주 정확하게 읽었습니다. 책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깊이를 모를 심연의 슬픔, 그 밑바닥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 너무나 익숙한 그 목소리가 애절하게 말했습니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호기심 많은 인간, 세상을 향해 기꺼이 모험을 떠나는 인간,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인간, 이기적인 욕망에 무릎을 꿇는 인간, 다시 이것을 반성하는 인간. [마지막 거인]은 우리에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간결하고 아름다운 글과 투박한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세번째 이야기 에필로그편 글쓰기
 
이제 첫 모임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매달 세번째 화요일 저녁에 만나는 이 북클럽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매회 참여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름도 밝힐 필요도 없고 그저 참가해서 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면 됩니다. 그렇지만 당일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아래의 세가지 규칙을 따를 것을 정했습니다.
우선은 시간을 엄격히 지켜서 정시에 시작합니다. 늦게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이는 정시에 온 사람들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려는 취지이며 이것이 문화로 정착되기를 소망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쓰는 자의 예의를 지키면 좋겠습니다. 예의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저 나와 다른 의견도 끝까지 경청하는 정도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을 씁니다.
글쓰기라고 하면 대개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데 클럽에서의 글쓰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책에 대한 내용이든 아니든 상관지 않고 솔직하게 A4크기의 1/2정도만 써오면 됩니다. 그리고 다음 모임에서 책 이야기에 앞에 같이 읽는 시간을 가집니다. 문장을 가다듬어 좋은 글을 쓰자는 취지가 아니라 나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깊게 사유하려는 목적입니다. 엉뚱 발랄 솔직 담백한 이야기가 많이 쓰여지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일은 이래서 참 좋습니다. 어렴풋하게 생각하던 일을 분명하게 일러주는 이가 있고 같은 책을 읽어도 다르게 이야기해주는 이가 있습니다. 말없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타인에게 공감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화요북클럽의 속을 빵빵하게 만들어주리라 생각합니다. 다음 모임은 2 18일 화요일 7[안녕 오케스트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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