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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용인시민신문 2015.02.13]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5-02-13 조회수 : 7,912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정현(용인환경정의 사무국장/본지 객원논설위원)


 70년 된 상수리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에 어느 날 사람이 올라갔다. 나무 위 한 평 천막 아래로는 “대지산은 살고 싶다”라고 쓴 현수막이 드리워졌다.

나무 둘레 숲 속에서는 대지산 보전을 요구하며 주민들이 금줄 치기, 맨발 걷기, 그림 그리기 등 프로그램을 열었다. 이름 모를 시민들의 지지와 격려가 이어졌다. 시민불복종 의지를 온몸으로 표현했던 활동가는 나무 위에서 17일을 살다가, 정부로부터 보전 약속을 받고서야 내려왔다.

나무에 오르기 전 주민들은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등 개발의 근거가 되는 사안에 대해 이미 문제를 제기했었다. 하지만 정부와 사업자는 주민들이 제시한, ‘자연생태계가 매우 우수한 지역’이란 녹지자연도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시민들이 새로 나무를 심고 숲 가꾸기를 할 때 그들은 오히려 대지산 밑자락부터 나무를 베어내고 토사를 들어냈다.

용인 난개발 문제 해결을 위해 ‘땅 한 평 사기운동’ 등의 시민참여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당시 건교부가 죽전 택지개발사업을 강행하던 때인 2001년의 이야기다.

기흥구 지곡동 지곡초등학교에서 보면 학교 앞산의 나무와 숲이 보인다. 그 숲이 지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수십 년 된 나무들을 잘라내고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를 세울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 학교 앞산 나무엔 아이들이 만든 새집이 걸려있고, 학교 앞 울타리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걸려있다. 부아산 자락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바람이다.

시설 예정지는 신갈나무, 굴참나무 등 참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참나무 숲은 천이과정으로 볼 때 생태적으로 안정권에 들어선 숲이다. 산림전문가와 함께 조사해보니 30년 넘는 나무가 대다수다. 생태적 보전가치가 높아 개발해서는 안 될 보존지역임을 나무들이 증명하고 있다.

산림청 자료에는 이미 ‘중경목’, ‘4영급’이라 명시돼 있다. 가슴 높이 지름이 18cm 이상이고 나이 31~40년생 장령림이란 것이다. 이것을 사업자는 20년생 이하 어린 나무들만 있고 인간의 영향에 의해 성립되었거나 유지되는 군락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용인시는 왜곡된 환경영향평가를 바탕으로 허가를 내주었다. 명백한 오류이니만큼 재조사와 함께 허가를 취소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재조사를 요청하고 답을 기다리는 사이 굴착기가 들어와 땅을 팠다. 벌목을 막으려고 주민들이 밤낮으로 지키고 섰음에도 기습적으로 벌목이 이뤄졌다.

재조사 시 환경성에 영향을 미치게 될 30년 이상 굵은 나무들만 골라서다. 마을 어르신은 “내가 막을 거여. 나는 여기서 죽어도 한이 없어. 더 살아서 뭐해. 사백 명이 넘는 내 손주 같은 아이들이 피해를 입는데…”라며 앞산을 쳐다보신다. 주민 의견은 전혀 존중되지 않고 있다.

일부러라도 학교 숲 가꾸기를 하는 마당에 멀쩡한 학교 앞산을 없애는 상황이 우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마을공동체 문화조성 등 전국이 마을 만들기에 관심을 기울이는데 마을의 자연환경을 서슴지 않고 까부수는 상황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대지산 살리기 이후 14년. 나무 위 시위의 버팀목 상수리나무가 있던 숲은 그 후 환경정의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대지산생태공원으로 조성됐다.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죽전 주민들의 허파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용인에서의 작은 산 살리기 운동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마을 앞산을 지키려는 아이들과 주민들이 지금도 거리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의 난개발이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언제든 그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지 않는 한 우리에겐 더 이상 지속가능성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