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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활동가들에게...

작성자 : 도우미였던 이 작성일 : 2013-03-27 조회수 : 7,378


안녕하세요! 한때는 그곳에서 도우미를 했던 이입니다.

안타까운 소식들이 전해져서 홈페이지를 보니,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생겼군요.


어떤 이는 오랜 동안 마음을 두었던 곳에서 내쳐지는 듯해서 화가 나있고,
또 어떤 이는 그래도 이곳이 어떤 곳인데 함부로 말을 하냐고 그 분들에게 화를 내고,운영팀에서는 그저 약간의 변화가 있을 뿐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하고....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아이가 다섯 살 때 느티나무를 만났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가 되면서 제일 많이 생각되어지는 것은 ‘난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나?’라는 의문이었습니다.
아무리 아이를 사랑해도 ‘모성애’라는 게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남편 뒷바라지를 잘 해야한다는 데 엄마처럼 살기는 싫고,
동네에서 만난 또래 아줌마들과는 ‘남편 이야기, 집값 이야기, 학원 이야기, 아이들 교재이야기’가 다였습니다.
정말 사회에서 내쳐지고, 뭔가 생산적인 일보다는 소비만 하는 인간으로 전락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아파트 상가 지하에 있는 작은 도서관을 만났습니다. 비가 오면 곰팡이 냄새가 나는 곳, 너무 좁아서 도서관 입구에 신발 벗어 둘 곳이 없었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왜였을까요? 그곳엔 나처럼 삶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하면서 괜찮아질거라고 다독여주는 ‘나’같은 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행사를 치룰 때마다 가슴이 벅찼고, 아파트촌에서 이제 ‘우리 마을’이라는 생각에 동네 아이들 얼굴을 한 번 더 보게 되고, 내 아이가 그곳에서 자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믿었습니다.


느티나무 문을 열면서 ‘오늘은 누가 있을까?’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까?’ 아이가 소풍을 가듯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서곤 했습니다.


우리가 뭔가 하고자 손을 맞잡으면 뭐든 ‘뚝딱’해 낼 수 있구나! 아파트만 있지만 이곳이 고향인 아이들에게 마을에 큰 느티나무라는 게 무엇인지 알 게 해줄 수 있구나! 이런 느티나무를 갖고 싶어하는 이들이 참 많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느슨한 공동체구나!’ 그렇구나!


한마디로 행복했습니다. 정말로.....



그런데 사정이 생겨 느티나무를 그만 두고 한참 힘들었습니다. ‘이제 뭘 할까?’ 아무리 둘러봐도 느티나무에서처럼 가슴 벅차고 즐거운 일이 없더군요. 그래서 더 느티나무가 그립고 잘 커가길 빌었습니다.


그런데, 남은 게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사람!’이었습니다. 내 마음을 다 보여준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을 다 본 사이가 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알게 되었지요.
‘내 속에 어느 새 커다란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었구나!’
느티나무는 좋은 곳입니다. 느티나무 씨앗을 나도 모르게 품게 해주었으니까요.



이번 일로 가슴 아파하는 자원활동가 여러분!
뭔가 내쳐진다고 생각되어지고, 내가 이곳에서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었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늘 친절하고 뭔가 얘기만 하면 금새 받아줄 거라고 믿었던 곳이었지요?
믿었기에 더 화가 나고, 더 당황스러울겁니다.


하지만 이제 한 발만 떨어져서 생각해봅시다!
‘느티나무에서 원하지 않는다면 자원활동가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시키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해도 결국은 도서관에서 원하는 일을 도와야하는 거지요.
운영을 해야 하니까요!


뭔가 꿈꾸게 해놓고 이제 와서 ‘내가 언제?’라고 하는 것 같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꿈을 그려준 건 도서관이라고 해도 그 꿈을 더 키우고 더 가꾸었던 건 여러분 아닐까요?



이제 마음을 진정시키고 도서관쪽에서 얘기하는 걸 잘 들어봐야겠지요.
물론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러기엔 느티나무 실무자들 꿈이 여러분 것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얘기를 잘 들어보고, 여러분이 원하는 활동과 도서관이 하고자 하는 활동이 맞지 않다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지내보니 어쩔 수 없더라구요^^



결국 꿈은 남이 만들어주는 것도 다른 이가 만들어 준 멍석 위에서 펼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직접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도서관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가장 많이 애쓴 이들은 운영자들이니까요!



자원활동가 여러분~~~
시간이 지나면 ‘난 느티나무에서 자원활동하면서 만난 친구들이 있어서 참 좋아!’라고 말 할 때가 있을 거에요. 그때쯤이면 마음둘레가 훨씬 넓어질겁니다.


여러분에게 그때가  빨리 오도록 기도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