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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과 글을 돌려주십시오!

작성자 : 이원유 작성일 : 2013-05-13 조회수 : 7,952

느티나무 홈페이지 개편을 맞아
<소식과 알림>에 올려진 많은 글들이 삭제되었습니다.
실수라고 하기에는 날짜의 일관성이 없고
<눈도장>처럼 스팸글이 올라올 곳도 아니기에
스팸글 차단하려다가 실수로 삭제할 여지는 전혀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수십명의 자원활동가들이 정리해고 또는 자발적해고가 이뤄진
이른바 '느티나무 3월 사태'로 일컬어지는 일들에 관련된 공지들만 삭제되었네요.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묻고 이의를 제기한 공지들만 삭제되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무엇이 두려워서인가요? 무엇이 부끄러워서인가요?
도서관이 직접 올린 <소식과 알림>에 대한 권리는 도서관이 갖고 있을 지 모르지만
그 아래 일일이 실명으로 댓글을 단 많은 분들의 생각과 글들은
모두 그분들 각자에게 있습니다.
저희들의 생각과 글을 돌려주십시오!
임의로 삭제한 관계자의 책임을 묻습니다!


혹시 삭제된 공지글들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반된 글들이었나요?
이번 도서관 홈페이지개편이 말씀하신 것처럼
"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규정하는 웹접근성을 보장하고
'크로스브라우징'(익스플로러, 사파리, 크롬, 파이어폭스 어떤 웹브라우저에서나 사용)이
가능하도록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있다" 하셨습니다.

국내 어느 도서관에서도 시도하지 않는 홈페이지를 구상하고 실현하기 위해
느티나무가 쏟고있는 노고나 열정은 진심으로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홈페이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인
'모든 사람에게 정보와 사실을 정확히 알리는 일'을 놓치신다면
위의 시도들은 선거철마다나오는 국회의원들의
업적 과시 또는 선전용 정책과 무엇이 다른가요?
이것 또한 도서관운동및 도약과 발전을 위한 방법 가운데에 하나인가요?

<소식과 알림>에서 삭제되지 않은 글 가운데
느티나무 아카이빙에 관한 소식들이 있습니다.
올해 느티나무에서 '도서관에서의 아카이빙'이라는
어느 도서관에서도 꿈꾸지 못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카이빙이 무엇입니까?
역사를 기록하고 정리, 더 나아가 그것을 함께 공유하는 일입니다.
느티나무 13년의 역사를 아카이빙하면서
자원활동가, 독서회멤버, 외부전문가및 활동가들을 모집해
그동안의 역사를 분류, 정리, 재해석을 하면서
앞으로 사립공공도서관의 전망과 역할까지 함께 논의한다고
<소식과 알림>. <파일방>에서도 여전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지난 달의 기록-역사라고 하기도 부끄럽습니다-도 스스로 지워버리는데
도서관 스스로 '공지'한 기록도 지워버리는데
무슨 역사를 어떻게 쓰시고 계시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앞으로 누구에게 무슨 역사를 어떻게 알릴지도 정말 궁금합니다.
입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아카이빙을
누가 어떻게 무슨 근거로 믿고 함께 하겠습니까?


혹시 공지글에 댓글을 다신 분들이 삭제해달라고 요청하셨나요?
그렇다면 저는 아무 연락을 받은 적도, 연락을 한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쓴 글들이 부끄러워서 지우고 싶었다면
그냥 제 스스로 '댓글삭제' 버튼만 누르면 될 일입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제가 쓴 글들에 대해 조금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제가 쓴 많은 댓글들은
때론 무슨 말인지 잘 몰라서 구체적으로 물었던 것이고
때론 도서관과 생각이 달라서 짧게나마 댓글로라도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소식과 알림>에 오로지 도서관의 생각만(!) 남기고 싶었다면,
이용자들의 생각과 글을 아예 보고 싶지 않았다면,
애초에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하셨어야지요. '댓글'양식을 없애야지요.

도서관에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또 개편의 주요 방향을 정하고 계시니
글을 올리고 삭제하는 권한에 대한 내용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시겠지만
혹시 잊어버리셨나 싶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랑방>이나 <열린게시판>에 일단 글을 올린 뒤
그 글에 단 한 개라도 댓글이 달리면
원본 글을 쓴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글에 대해서 조사 하나라도 고칠 수가 없습니다.
어떠한 수정도 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물론 삭제는 결코!!!! 절대!!!!! 할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올렸던 글이 아무리 부끄럽고 창피해 지우고 싶어도
단 한 사람이 "...." 이란 댓글만 달아도 원본글을 절대 고칠 수도 지울 수도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그 글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눈 사람들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자 배려이기 때문입니다.
내 글을 읽은 것도 그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준 일인데
거기에다 동의든 지지든, 반대이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주었다면
댓글이라는 이유로
원글의 쓴 사람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삭제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거창하게 인종, 성별, 나이, 지위, 장애를 들먹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댓글을 단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고민해서 글을 올리게 되고
더 귀를 열고 남의 생각과 글을 보고 듣고 읽게 되는 것이지요.

글을 읽고 댓글을 단 이상
그 글은 절대 혼자만의 글이 아니라 '우리'의 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글에 대한 권리는 함께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용자들이 <사랑방>과 <열린게시판>에 글을 쓰고 올릴때는
내 글에 대한 책임과 동시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의무를 함께 갖게 됩니다.
그래서 일단 <사랑방>이나 <열린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나면
수정도 삭제도 절대 할 수 없는 것이지요.
홈페이지 운영자인 느티나무에서도 이 규칙을 분명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소식과 알림>에서는 그 많은 글들이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삭제되었습니다.
그 공지글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이 함께 삭제되었습니다.

도서관이 스스로 만든 규칙을 도서관은 그렇게 당당히 져 버려도 되는 건가요?
혹시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그런 규칙이었나요?
이것이 말로만 듣던 '갑의 횡포'란 것입니까?
이게 바로 '갑'만이 누릴 수 있는 권한이고 '을'만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설움인가요?

홈페이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소식과 알림>에 글을 올리실때
단어 하나, 문구 하나 고민고민하면서 올리셨을 것입니다.
그 많은 공지글 가운데 어떤 기준으로 글을 선별해 지우셨나요?
도서관에서 직접 올린 글들이 마음에 안들어 지우셨나요?
아니면 댓글들이 마음에 안들어 지우셨나요?
그 많은 글들을 한꺼번에 지우면서 도대체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그 공지글에 댓글을 단 수많은 사람들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그렇게 한꺼번에 지우셨나요?


설마 두 달 전의 일을 벌써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이른바 '느티나무 3월 사태'의 시작은 '폭풍공지'의 올림과 일방적 삭제사건 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원활동가 정리해고통보였습니다.
돈을 버는 직장에서만 정리해고가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결국 장소만 다를 뿐 같은 형식의 일방통보였습니다.

다행히도? 또는 안타깝게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지난 3월, 4월 느티나무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폭풍공지'가 올라갔다 아무 영문도 모른채 내려오면서
많은 분들이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일하겠다는
도서관이사장, 발전소소장, 부소장, 관장의 다짐과 약속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요?
삭제된 수많은 글들을 읽은 이용자들이 바보인가요?
아니면 이사장이하 도서관관계자의 다짐과 약속을 믿은 사람들이 바보인가요?

그 많은 공지글에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일일이 댓글을 남긴 많은 이용자들은
이번 일로 또다시 바보가 된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느티나무가 늘 말해오던 '소통'이라는 게
그리고 앞으로 다음 단계 도약을 하면서 하게될 '소통'이라는게
단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하는 것!
그리고
듣고 싶은 얘기를
듣고 싶은 사람으로부터만 듣는 것은 아닌가 자꾸 의심하게 됩니다.
의심이 의심을 낳는 일이 계속 반복되기에 이또한 습관이 될 까봐 걱정입니다.

많은 글들 가운데 특별히 문젯거리(?)가 될만한 글들만 삭제된 이유는 분명 있었겠지요.
그리고 복구여부의 의지나 생각도 분명 도서관에 있겠지요.
도서관이 스스로 올린 공지를 지워가며 자기부정을 하고 싶으셨더라도
저는 제 글을 지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이 제 글들을 지울 권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몇 번째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설마 똑같은 멘트로 사과를 하신다면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더이상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무쪼록 빠른 시간안에 제 글들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제 생각과 글들을 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