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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장서개발강좌_글읽기와 삶읽기(문학평론가 이명원)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1-12-19 조회수 : 5,535

[12월 강좌후기 글읽기와 삶읽기: 인문정신과 좋은 삶을 고민 한다.

이명원(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도서관의 가치는 책에서 나옵니다.’라는 테마로

2008년 7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진행되고 있는 장서개발강좌는

지난 12월12일(월) 성북정보도서관 세미나실에서 2011년의 마지막 만남을 가졌습니다.


문학평론가인 이명원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와 함께

‘글읽기와 삶읽기: 인문정신과 좋은 삶을 고민 한다.’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날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성적호기심’도 책 읽기의 동기가 된다?!
 

정형화된 방법으로 책 읽기를 시작할 필요는 없어요. 또 독서의 초창기 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양서와 악서를 구분할 필요도 없죠. 여전히 ‘읽는다’라는 행위만으로도 책읽기의 중요한 동기가 되거든요.


중학생만 해도 성적 호기심이 매우 강해지는 시기죠. 전 책읽기를 하면서 그 호기심을 충족했어요. 무엇보다 무삭제 완역판 『춘향전』이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그때 당시엔 인터넷도 없으니깐 옥편을 찾아가며 책을 열심히 읽었거든요. 침을 흘리며 읽었던 것이 지금 보니 굉~장한 지적자산이 됐더라고요.(웃음)


어느 날은 아는 형 집에 가서 톨스토이의 『부활』을 빌려봤는데요, 그걸 보게 된 동기가 있어요. 그 책에 창녀 ‘소냐’가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했거든요.(웃음) 그 세계를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죠. 친구가 알려준 정보엔 분명히 그러한(?) 내용이 적절하게 구성됐다고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나오지 않아 실망했지만요. 


의도 자체는 성적 호기심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그러면서 『춘향전』, 톨스토이의 『부활』등을 접했어요. 당시엔 완독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니까 도움이 되더라고요. 또 만화책도 독서습관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만화가 이상무씨의 『비둘기 합창』을 좋아했는데, 글자를 모르는 어린 동생에게 독고탁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가족이야기를 읽어주며 제 영혼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끼곤 했죠. 


고등학교로 진학해서 읽었던 책은 딱 2권이에요. 마광수 교수의 『나는 야한여자가 좋다』와 『즐거운 사라』.(웃음) 그리고 대학교 때 본격적인 독서생활을 시작했죠. 자연스럽게 말이에요. 

 




내면의 감성을 발견하라, 그리고 이론화하라.

독서를 할 때 단기적 목표도 설정하고, 장기적 목표도 설정하는 것이 좋아요. 또는 사회적 보상이 주어질 수 있는 작은 동기유발을 하는 것이 좋죠. 스스로 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전 니체, 프로이드 등 체계적 계획을 세우고 책을 읽었는데, 그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유년기 시절에는 동화, 만화, 소설, 시. 이런 걸로 시작해 감성을 개발하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청소년기엔 다양한 문학작품을 많이 접하는 것을 추천해요. 전 대학에 들어가서 문학작품을 많이 읽었는데, 청소년 시절에 많은 문학 책을 읽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어요. 요즘 학생들이 더욱 문학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이유가 대부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무통증 인간이 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각박한 사회에 살다 보니 더욱 그래요. 

대학생 정도가 되면 초급단계의 개론서부터 점차 범주를 넓혀가는 방식의 독서가 도움이 돼요. 가령 역사에 대해 고민한다면,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개론서부터 전공 외의 책도 읽어 보는 것이 좋아요. 이후 저자, 사상 등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전집류를 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군요.



책은 시대적 쟁점 및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그렇다면 왜 책을 읽어야 하는 걸까요? 책은 무엇보다 현시대의 다양한 사회적 쟁점을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해요. 기자인 아내가 사회부, 문화부, 경제부 등 부서 이동을 할 때마다 그 분야의 책을 집중해서 읽곤 했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도서관에서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회 문제와 관련된 책을 모아 놓는다면 이용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봐요. 

또 책은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해요. 가장 좋은 책이란 자신이 품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줄 책이 아닐까 싶은데요, 책은 구체적으로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지는 않지만 관련된 주제의 다양한 책을 계속 읽다 보면 극복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연령층을 구분한 독서가 우리 아이를 ‘작게’만든다.
그런데 요즘 책들은 책의 성격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로 책을 분류하죠. 문학을 예로 들면, 성인문학과 어린이문학을 나뉘어요. 성인문학 따로 있고, 어린이문학 따로 있는 것처럼. 이러한 분류체계가 청소년을 청소년이란 테두리에 가둬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청소년들이 어른스럽지 않은 건 아니에요. 생각보다 훨씬 조숙한데, 그렇지 않은 척하는 것일 뿐이죠. 무엇보다 이는 청소년을 어른시장으로 진입하는 시기를 늦추고 있어요. 청소년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좁게 하죠. 그들 역시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사고할 수 있어요.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 아닐까요?



사회와 만나는 그 접점을 해결해줄 필요가 있다.
문화적 패러다임도 많이 바뀌었어요. 저 같은 경우엔 책을 산다, 소장한다는 행위만으로 읽지 않아도 뿌듯하고,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요즘엔 아니잖아요. 그림책을 읽던 아이들이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접하는 순간 책을 멀리한다든가, 제 조카만 살펴봐도 책에 관심이 많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니 변해버리더라고요.

그러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책 읽는 즐거움이 단전된다는 현실이 슬프더군요. 어쩌면 이러한 현상에 대해 도서관이 사회적 독서를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같은 사회‧문화적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끊임없는 고민을 계속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명환 교수가 던진  ‘독서에도 사회적 리듬이 있다.’’세대를 세분화한 독서환경이 우려된다.’’카오스적 독서환경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등 공공도서관의 역할에서부터, 빠르게 변화되는 문화적 패러다임 속 독서환경 등에 대한 화두를 도서관에서 어떻게 풀어갈지 되새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진솔한 본인의 경험과 특유의 재치로 참석자들의 마음을 훔친 이명환 교수의 열정적인 강의에 감사를 표합니다. 


연구교류팀 천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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