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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마을강좌 "모두를 위한 그림책 Books for Everyone"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3-04-28 조회수 : 6,416

 
4월 27일 (토) 느티나무북카페에서는 "모두를 위한 그림책"을 주제로 2013년 첫 마을강좌가 열렸습니다.
 
강의를 맡은 신혜은님은 <나비잠> <행복은 내 옆에 있어요>등의 그림책 저자이자 번역가, K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 부회장, 유아교육 전문가로 활동중이며, 특별히 느티나무에는 재능기부로 뜻깊은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강의의 시작은 '왼손으로 자기 이름 써보기' 였습니다. 평소 쓰지 않던 감각을 이용한 유쾌한 시도에, '힘들다' '어느 방향으로 써야할 지 망설였다' '다시 서너살 아이가 된 것 같다' '서툴었지만 새롭고 신선하다 '원래 왼손잡인데 오른손을 쓰도록 교육받아, 오늘 처음 왼손으로 써본다" 등 반응도 다양했습니다.
 
이어 강의의 주제인 '모두를 위한 그림책'을  "WHaT iS A rIgHT BoOK FOr eVeRYOnE" 처럼 영문표기화 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는지 질문이 주어졌습니다.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감각 중 무엇하나라도 살짝 바뀌는 순간 우리는 낯설음을 느끼고 잘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재밌게 보여 쉽게 수용될 그림문자체계(Bliss, PCS, 픽토그램 등)가 어른에게는 곧잘 난해한 기호로만 보이구요. 
 
그런데 이렇게 일시적으로 감각이 둔해지거나 잘 느낄 수 없다고 스스로를 엄밀히 장애인으로 부르지는 않습니다.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한 소녀의 표현대로 "정상인이란 일시적으로 잘 기능하고 있는 사람"일지 모릅니다. 정상인이라도 세월이 흐르면 모든 감각이 퇴화되게 마련이구요. 요즘은 장애를, 조금 빨리 어떤 감각이 둔해졌거나 더 발달된, 누구나 가지는 개별적인 특성으로 보는 편입니다. 장애에 대한 관점은 이렇게 변하는데, 여전히 장애가 먼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진다면 그건 서로가 공유한 시간, 경험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건 교육의 목적을 넘어 함께 시공간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장애와 비장애라는 구분짓기도 함께 공유할 무언가가 있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색을 느끼라면서, 온통 검정색뿐입니다. 특별히 장애인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데, 글은 묵자(일반 문자)와 점자 두 매체로 씌여져 있고, 그림은 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양각처리 되어 있습니다. 비장애인 이 책을 읽으려면 천상 시각장애인처럼 눈이 아닌 손의 감각을 통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어떤 감각이 통제되었을 때, 신기하게도 낯설지만 새로운 감각이 그 전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런 책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그림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 즉 보편적 설계"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보편적 디자인이란 개조나 특별한 디자인을 할 필요 없이 최대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고려되고 디자인 하는 것이니까요.
 
글을 모르는 어린이들도, 읽기 장애가 있는 독자에게도 분명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은 새로운 접근의 지평을 열어주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에게는 장애환경을 더 제공했다는 지적은 분명 그림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입니다. 동화책이던 <강아지똥>이 그림책으로 만들어지자, 시각장애인에게는 그림이라는 매체로 인해 읽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장애를 전적으로 개인에게 속한 특성으로만이 아니라 "만들어진 장애환경"의 개념 속에 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이건 해결책은 귀 기울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누군가가 현실을 개선하는 겁니다. 2009년 "감각그림책"으로 <강아지똥>을 만들었듯이 말이죠. 나아가 애초에 보편적 디자인의 개념으로 책을 만들 수 있다면 좀 더 쉽겠지요.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해 현실에서는 일년에 딱 1권씩만 국내의 모든 출판사가 보편적 디자인의 책을 출간해보자는 신혜은님의 바램이 꼭 이루어지기 바래봅니다.
 
앞서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와 그 단체에서 선정하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책"에 대한 소개도 있었습니다. 선정 항목은 1)장애아동을 고려해서 특별하게 제작된 책, 2)일반그림책 중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 3)장애를 가진 사람을 묘사한 책으로 세분화됩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이후 후보작을 올려, <무지개> <괜찮아>등이 3)번 항목에 선정되었습니다. 
 
 
 
특별히, 이 날 Bliss, PCS(Picture Communication System), 픽토그램과 같이 문자 이전에 인류가 사용한 의사소통체계인 그림문자를 텍스트나 그림과 대등하게 배치한 북유럽국가의 그림책, 수화 혹은 점자를 묵자와 함께 배치한 이탈리의 그림책처럼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자료들을 화면에서나마 만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또다른 의사소통체계가 존재한다는 것, 각자에게 편한 채널로 책이 이해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책 한 줄, 제목 하나, 한 장면 만이라도 좋으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 다른 채널로 책을 생각하고 느껴보라는 신혜은님의 마지막 당부는 긴 여운으로 남습니다. 
 
이번 마을 강좌에 직접 참석하셨거나 관심 가져주신 분들, 특히 강의를 맡은 신혜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날 멀리 연변에서 도서관 연수차 느티나무를 방문한 조선족학교도서관 담당선생님 네 분께도 이 시간이 도서관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그 분들의 희망에 소중한 의미가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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