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9(토) 도서관운동가 '엄대섭' 평전 <이런 사람 있었네> 저자강연에서는
시민을 위한 '공공도서관'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도서관 역사와 우리나라 도서관 운동의 흐름과
책 <이런 사람 있었네> 엄대섭 선생이 펼친 도서관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습니다.
시민을 위한 '공공' 도서관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고대 최초의 도서관은 종교적 필요성에 의해 사원도서관으로부터 출발한 후 왕궁 도서관으로, 중세사회에는 성직자를 위한 수도원도서관과 엘리트 계층을 위한 대학도서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초기의 도서관은 엘리트 지배계층을 위해 존재했어요.
그렇다면 언제부터 도서관이 시민 대중을 위한 목적으로 바뀌었을까요?
물론 도서관이 시민에게 공개되기까지 쉽지는 않았습니다. 가진 것이 많은 기득권의 측면에서 봤을 때 도서관을 개방한다는 것을 자신의 입지가 위험해지는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공공도서관 제도의 법제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하였습니다.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도서관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필라델피아에 회원제 도서관(Subscription Library)을 만들어서 운영하다 시민에게도 개방한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세계 최초로 공공도서관법을 제정한 영국 공공도서관의 선구자 에드워즈(E. Edwards) 사서. 세계최초 도서관학교 창설, 미국도서관협회 설립, DDC분류법 창안 등 도서관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멜빌 듀이(Melvil Dewey). 미국 공공도서관을 확산시키고 전세계 영향을 미치는 데 공헌한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 카네기는 본인이 축적한 부를 일방적인 시혜(분배)가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서 배우고자하는 사람에게 도서관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을 지어 기부할때 조건으로 앞으로 계속 도서관에 운영비를 낼 의지가 있는 지역에 기부해 공공도서관이 계속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마지막으로 인도의 도서관학자 랑가나탄(Ranganathan)으로 <도서관학5법칙>이란 책을 통해 랑가나탄과 도서관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분들이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등장시켰는데, 이 분들의 공통적인 가치는 바로 '민주주의 정신'입니다. 바로 공공도서관은 시민교육을 통해 민주주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기초의무교육과 동일선상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도서관운동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어떻게 뿌리를 내렸을까요?
우리나라에도 규장각, 장서각 같은 도서관이 있었지만, 왕실도서관이었지요. 구한말에 한국 최초의 유학생 유길준씨를 통해 지금의 도서관 개념이 수입되었어요. 개화기 유길준 씨가 쓴 「서유견문록」을 보면, 한 챕터가 근대 도서관의 모습이 나오는데요, 유길준씨가 미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방문하게 된 유럽의 공공도서관이 그에게는 매우 충격적이었나 봐요. 그리곤 백성을 계몽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을, 학교를 무수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 도서관을 만들어 대처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준비하다 한일합방이 되어 제대로 된 공공도서관이 만들어질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일제시대 일본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던 곳 남산, 부산, 목포 등에 일본인들을 위한 도서관이 지어집니다. 우리 민중들과 도서관은 유리된 채. 해방 후 우리가 도서관을 인수받아 추스르기 시작하는데 당시 국립중앙도서관 부관장을 하던 박봉석 선생이란 분이 도서관학교를 만들어 인력을 키우고, 조선십진분류표를 편찬하며 도서관을 정비해나가던 중 6.25 전쟁이 발발해 도서관을 추스르기위해 출근하신후 소식이 끊어져 행방불명되었습니다. 박봉석 선생이 생존해 계셨다면, 우리나라 도서관을 위해 많은 몫을 하셨을텐데…
그 다음에 등장한 분이 바로 엄대섭 선생입니다. 엄대섭 선생은 아주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수성가한 사람입니다. 일을 하면서 짬이 날때마다 주워온 책을 읽으며 공부했는데, 그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일본인이 쓴 <도서관의 실제적 경영(図書館の実際的経営)>이었다고 합니다. 그때 ‘도서관’이 민중을 깨우칠 수 있는 큰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하고 그동안 벌었던 돈을 들고 도서관운동에 뛰어 들었죠.
전 대학 2학년 농촌에 봉사활동가서 업대섭 선생을 처음 만났었는데, 그 이후 꼬임에 넘어가 마을문고운동에 18년을 함께 보냈습니다. 현재 저의 도서관에 대한 철학 및 삶의 자세에 대해 큰 영향을 주신 분이기도 하죠.
엄대섭 선생의 도서관운동은 4단계로 나눠 볼 수 있는데,
1단계(1951~1955)는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 최초 사립울산도서관을 설립하여 운영하며, 6.25 전쟁때 버려진 탄피상자에 책을 담아 인근지역 순회문고 운동을 확산하였습니다. 자비로 도서관을 설립하여 경주시에 기부채납하여 무보수 촉탁 관장으로 활동합니다.
2단계(1955~1960)는 얼른 도서관을 전국단위로 확산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중앙단위 운동을 펼친 시기입니다. 박봉석 선생이 창설하였다 6.25로 소멸된 도서관협회를 '한국도서관협회'로 창립하여 초대 사무국장을 지냅니다.
3단계(1961~1981)에서 마을문고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전국 소외지역에 집중한 시기로 60년대와 70년대 우리나라 마을문고운동을 펼치게 됩니다. 민간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서관협회 임원을 지명도 있는 아동문학가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또는 영향력 있는 정치가나 재벌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전국 단위로 도서관운동을 펼치다보니, 주기적인 재정 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래서 항구적인 기금을 갖춘 재원 구성을 목표로 활동하였으니 실패로 돌아가 80년대 새마을 조직에 흡수, 통합되었습니다.
마지막 4단계(1983~1987)는 제도권 도서관 개혁 운동 시기인데요, '대한도서관연구회'를 만들어 도서관 관련제도, 현장 운영 개선을 목표로 개가열람제, 괸외대출제, 이동도서관 차량개발 및 보급 운동 등을 펼칩니다. 그 후 건강 악화로 은퇴 후, 아들이 있는 미국에 계시다 2009년에 타계하셨습니다.
엄대섭 선생은 1950-80년대 시민을 위한 풀뿌리 도서관 운동에 초점을 맞추어, 현실을 바탕으로 밀접하게 접근해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는 운동으로 실천하셨던 아주 다이나믹한 실천가셨지요.
엄대섭 선생이 펼친 도서관운동의 생생한 이야기는 책 <이런 사람 있었네>를 통해 자세히 할 수 있습니다.^^
이 날 이용남 선생님께서 강연을 시작하며,
"사람들에게 도서관 이야기를 하면 좋아하지 않고, 재미없어 한다.
그래서 '엄대섭'이란 사람을 이야기 하면서 도서관에 대한 말걸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사람 있었네> 저자 강연을 들으며..
도서관계 선각자들의 노력으로 도서관이 우리 가까이에 많이 생겼으니,
앞으로 도서관 운동의 지향점은 '도서관 문화'를 잘 알리고 구현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이 민간의 힘으로 도서관의 가치와 문화를 확산키시는 것을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 강연을 흔쾌히 수락해주시고,
느티나무가 하는 다양한 실험과 운동에 언제나 든든한 지지자로 응원해주시는 이용남 이사님! 늘 감사드립니다.
>>>
느티나무도서관은 사립공공도서관으로
민간에서 뜻을 모아 설립하고 지속해나가는 민간 공공도서관입니다.
지금까지는 몇몇의 개인이 발이 닿도록 고생하여 느티나무도서관이 유지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우리 모두 더 많이 힘을 보탰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자주 적극적으로 기부금 요청을 드릴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느티나무도서관이 오래도록 유지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용남선생님은 민간에서 뜻과 돈을 모아 공공도서관을 유지하는 일은 기적이라고 말하십니다.
여러분, 기적에 동참해주십시요!
아래 링크로 작은 금액이라도 후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www.neutinamu.org/sub/sub_01_0601.html?mNum=5
여러분의 후원금에 힘입어 느티나무도서관은 의미있는 강좌와 출판물로 다시 만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