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맡은 강창래 선생님이 보내주신 초대의 글입니다.
오늘을 사는 과거의 사람들을 위하여
우리는 늘 생각하고, 표현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생각했던 대로 생각하고, 표현했던 대로 표현하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변합니다. 나도 변하고 세상도 변합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턴가 이 세상은 늘 생각하던 대로의 세상이 아니고, 표현하던 그대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책읽기의 책도 옛날에 읽던 그런 것이 아니고, 글쓰기의 글도 옛날에 배운 그런 것이 아닙니다. 디자인 실습은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오늘을 살고 있지만 과거의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과거는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주었지만 오늘은 과거의 사람들에게 불편합니다. 그 불편함을 즐거움으로 바꿔보자는 것이 이 강좌의 목적입니다.
생각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초대와 토론
그래서 오늘을 사는 우리가 오늘의 책과 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의 책과 글에는 과거와 오늘, 미래가 담겨 있으니 좋은 생각 재료가 될 것입니다. 그런 텍스트로는 ≪어린이문학의 즐거움≫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제목과는 달리 ‘어린이문학’만을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문학을 꺼내들고는 그 속에 담겨 있는 오늘날 우리 삶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물론 책과 글에 어우러져 있는 삶이라고 좁게 볼 수도 있습니다만, 책과 글에 우리 삶이 담겨 있다고 보면 결국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이 책은 말 그대로 텍스트일 뿐, 읽고 싶은 다른 책 이야기도 함께 하게 될 것입니다.
글쓰기는 책읽기의 마무리
글쓰기는 사실 책읽기의 완벽한 마무리이기도 합니다. 책읽기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유사성은 차이의 그림자이고, 그 차이가 존재를 확인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확인을 통해 나를 읽어내는 것이 글쓰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글쓰기의 시작은 ‘문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문학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문학의 시대가 지나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이 글에서 설명할 수가 없겠군요. 그것은 강좌에서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나를 읽어내는 것은 생각보다는 어렵습니다. 생각보다 쉽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방식의 공부를 어디서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글은 말과 다른 방식의 말하기이고, 말과 다른 진실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런 점에 대해서 함께 공부해보자는 것입니다.
사실은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입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에 대해서는 좀 생뚱맞다고 생각하거나, 스스로는 디자인하고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모두가 디자인 비평가로 살아갑니다. 어떤 물건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아니면 사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재료의 질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찾습니다. 또 우리는 이미 여기저기 굴러다닐 정도로 많은 디지털카메라로 세상을 작은 네모칸 안에 담는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서 무슨 말인가를 합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디자인 감각입니다. 디자인은 글쓰기와는 조금 다른 표현방식입니다. 글쓰기가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고 그 모습과 상황을 규정하는 방식이라면, 디자인은 그렇게 규정되지 않는 나의 감각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문법을 배우고,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면 나를 디자인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 강좌에서는 디자인의 기초적인 문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내 감각을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