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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이웃과 함께 키운 ‘느티나무 그늘’_10.02.20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0-02-22 조회수 : 5,157

이웃과 함께 키운 ‘느티나무 그늘’
‘개관 10돌’ 느티나무 도서관 박영숙 관장



책꽃이 옆에 그네가 있고, 따스한 겨울 햇살이 들어오는 다락방에는 책에 빠진 아이들로 가득하다. 시끌벅적한, 누구나 배우고 꿈꿀 자유를 지닌, 경쟁보다 어울림을 배우는 공간인 경기도 용인의 ‘느티나무 도서관’이 20일로 개관 10돌을 맞는다.

도서관은 2000년 2월 논과 밭을 파헤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짓던 ‘막개발 현장’이었던 수지에서 문을 열었다. 박영숙(45·사진) 관장은 “서울에서 이사온 뒤 이곳에 느티나무 한 그루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느티나무가 동네 사람들이 만나 어울리고, 학원과 유치원 등을 쫓아다니느라 피곤한 아이들이 자기 호기심을 갖고 세상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주부였던 박 관장은 자비를 톡톡 털어 수지 풍덕천동에 있는 한 아파트 상가 120㎡를 빌려 어린이용 `느티나무 도서관’을 열었고, ‘느티나무’는 지역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발걸음 속에 해마다 조금씩 커갔다.

꿈도 함께 꾸면 이뤄진다고 했나. 주부 등 도서관 이용자들이 자원활동가로, 또는 개미 후원가들로, 느티나무의 그늘을 자처했다.

매달 1천원에서 300만원까지 기부금을 내는 280여명의 자발적 후원자들의 노력 끝에 2007년 지하 1층·지상 3층의 도서관 건물을 새로 지어 옮겼다. 도서관은 그 사이 어린이 도서관에서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나 무료 이용이 가능한 사립공공도서관으로 바뀌었다. 3천여권에 불과했던 소장도서는 10년 사이 4만여권이 됐고 하루 이용객도 50∼60명에서 800∼1천여명으로 늘었다. 독서회와 책읽기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도서관을 1주일 내내 가득 채운다.

박 관장은 “느티나무는 누구나 책을 볼 권리, 꿈 꿀 권리, 문화적 삶을 즐길 권리와 어울림의 사회에 대한 소망의 표시였는데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나 만은 아니었다”며 “10돌 행사는 그런 생각으로 도서관을 키우신 분들과 더불어 앞으로 10년을 준비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느티나무 10돌 잔치는 도서관에서 20일 하루 내내 일일찻집과 헌책방, 기부 경매 등의 행사로 진행된다. (031)262-3494.

<용인/글·사진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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