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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간판 달던 날^^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08-03-07 조회수 : 6,534

 

느티나무도서관 뜰에서 또 한바탕 마을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새 집으로 옮긴 뒤 백 일을 지내고 드디어 간판을 달았어요.
어떻게 하면 첫눈에 도서관처럼 보일까, 아직 글을 모르는 어린 아이도,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누구나 쉽게 도서관인 줄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지요.
궁리궁리하다가, 도서관 벽이 그대로 펼쳐놓은
책의 한 장처럼 보이게 꾸미기로 했습니다.
느티나무생각을 담아 멋지게 디자인 해준 분들,
백 년이 지나도 끄떡없을 나무를 찾아 발품을 팔고
한 자 한 자 글자를 새겨주신 분들, 모두 참 근사했습니다.
눈발이 날리던 일요일 오후, 도서관 앞뜰에 둘러선 사람들이
ㄴ ㅡ ㅌ ㅣ ㄴ ㅏ ㅁ ㅜ ...
자음, 모음 하나씩 제비를 뽑아 나무로 깎은 글자 조각을
찾아들고는 돌아가며 사다리차에 올랐습니다.
아이들은 놀이기구라도 탄 것 마냥 신나게 손을 흔들어대면서도
한 조각 한 조각 글자를 붙이는 표정은 꼭 기도하는 것처럼 보였지요.
휑하던 벽에 간판 하나 걸었는데 도서관표정이 무척 달라 보입니다.^^
이번 주말부터는 나무 몇 그루씩 심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심어놓은 담쟁이, 인동, 으아리까지 잎을 틔우면
사다리차를 타고 하늘에 올랐던 아이들 얼굴처럼 환한 봄기운이 도서관을 채우겠지요.
도서관을 찾는 이들의 눈길, 숨결, 손때... 가 입혀져 철마다 해마다
조금씩 제 빛을 띠면서 책과 사람과 일상과 어우러질 풍경을 그려봅니다.
이런 설렘을 담은 간판이.. 저~~ 멀리, 그동안 도서관을
깜빡 지나쳤거나 미처 알지 못하던 사람들까지 모~두 불러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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