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월간여성조선]책과 함께 쑥쑥 크는 아이와 엄마들 느티나무 도우미회(2002.12)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05-03-07 조회수 : 4,810

책과 함께 쑥쑥 크는 아이와 엄마들 느티나무 도우미회 “도서관에 책이 쌓이는 만큼 행복이 쌓여가죠” 아이 위해 한두 번 발걸음하던 것이 이젠 엄마들의 행복한 아지트가 된 용인 수지 느티나무 도서관. 도서관을 정리하고 가꾸는 자원봉사 모임인 느티나무 도우미회(회장 손정선)가 있어 이곳은 늘 활기가 넘친다. 매서운 바람에 때아닌 눈까지 날리는 날씨지만 느티나무 도서관(관장 박용주)에 들어서는 순간 훈훈한 봄기운이 감돈다. 용인 수지에 자리한 느티나무 도서관은 2년 전 개인이 사재를 털어 50여 평 규모의 아파트 상가 지하에 마련한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다. 뛰노는 아이들 사이로 엄마 무릎에 앉아 그림책에 열중한 꼬마, 서가를 정리하고 대출표를 작성하느라 분주한 이용객들, 한쪽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웃들. 파스텔톤으로 꾸민 도서관 내부는 행복의 향기로 가득한 동화나라 같다. “이곳은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직접 운영하고 가꿔가는 우리 모두의 도서관이에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고, 아이들을 위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들이 많아서 일하는 보람도 큰 곳이죠.” 도서관 일반 회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느티나무 도우미회 총무자리를 맡고 있다는 채현숙(34) 씨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가끔은 남편이 왜 힘들게 그 일을 하느냐 물어보기도 하는데, 그러면 전 돈은 벌지 못해도 이 일을 내 직업처럼 생각한다고 말해요. 세상 어디에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있겠어요.” 채씨를 비롯해 도우미회 회원은 총 40여 명에 이른다. 작은 도서관에서 할 일이 뭐 그리 많을까 싶지만 사정은 다르다. 간단하게는 도서관 청소와 비품 정리부터 컴퓨터에 도서 목록 입력, 책마다 일일이 라벨 붙이고 커버를 씌우는 일 등 할 일이 아주 많다. 아이들이 보는 책인 만큼 한두 달 지나면 금세 책표지가 떨어져 나가기 일쑤라 커버를 씌우는 작업은 필수다. 모두가 쾌적한 환경에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었던 데는 도우미회 회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던 셈. “40여 명 회원이 모두 일을 분담해서 하고 있어요. 누구는 청소 담당, 누구는 책보수 담당 그런 식이죠. 하루아침에 일이 분업화된 건 아니에요. 도우미회가 결성된 것은 최근 몇 달 사이 일이고 그 전에 시행착오를 많이 거쳐서 지금에 이른 거예요.” '책 싸기' 봉사를 하는 정성애(38) 씨 옆에는 네 살 난 아이가 그림책을 펼쳐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린아이 때문에 살림과 육아 외에는 엄두를 못 내다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그는 “아이가 친구들 만나고 책 읽느라 즐거워서 엄마 손을 많이 안 타니 일석이조 아니냐”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처음에 3,000권으로 시작한 책은 지금 9,000권으로 늘어났다. 책장에 빼곡히 줄지어 서 있는 책은 종류도 다양하다. 유아 그림책에서부터 만화, 위인전, 창작동화, 명작동화, 영어 그림책, 그리고 번역본이나 시청각 자료로 쓰이는 유아용 비디오테이프도 제법 갖추어 놓았다. “도서관 등록 회원은 1,700여 명 돼요. 그런데 가족 중 한 명이 등록을 하면 가족 모두가 다 이용할 수 있으니까 실제 이용인원은 더 많은 셈이죠. 처음 회원 등록할 때 가입비 1만 원만 내면 평생 이곳에 있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어요.” 도서관 때문에 이사 안 간다는 주민들 보면 보람 느껴 가입비 이외에 몇몇 후원자를 제외하면 도서관의 경제적 수입원은 전혀 없다. 나머지 필요한 자금은 모두 관장인 박용주 씨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래도 의아해하는 분들이 계셔서 전 그냥 사업한다고 말합니다.” 처음부터 정말 좋은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박씨는 도서관에 투자하는 돈은 아끼지 않는다. 좋은 책이 있다 하면 아낌없이 사고, 한번 구입한 책이라도 후에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바로 폐기 처분한다. “그렇게 엄선한 책들만 골라 놓았기 때문에 엄마들이 마음놓고 찾아올 수 있죠. 특히 저희 도서관은 저희들만의 도서 분류체계를 갖추어 놓아서 일반 도서관보다 책 찾기가 수월해요.” 아동 도서는 철학이니, 실용이니 하는 분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철저히 아이들 책 위주로 책을 분류하고, 그것을 연령별로 다시 체계화했다. 일명 '느티나무식 분류체계'가 입소문을 타면서 어떤 시립도서관은 그들에게 이 방법을 배우러 일부러 찾아오기도 했다. “다 저희가 만든 거예요. 그 작업할 때는 밤도 정말 많이 새웠죠. 책을 쌓아놓고 이렇게 분류했다가 아니다 싶으면 라벨을 뜯고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채씨는 뭔가 일을 도모하고 만들어내고, 성공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던 그때가 힘은 들었어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도우미회의 자랑거리 중에는 동아리 활동도 있어요. 도서관 이용객들을 위해 엄마들이 각자의 재능을 살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거죠. 도서관은 책만 나누는 곳이 아니라 서로가 가진 재능과 소질을 함께 나누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월요일에는 책을 읽고 엄마와 함께 그리기, 만들기, 야외 놀이 등의 독후 활동을 하는 '엄마 동화방'이, 수요일에는 그림책을 직접 슬라이드로 찍고 마운틴 작업을 해서 상영하는 '이야기방' 및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시간인 '수화 동아리'가 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엄마들이 돌아가며 품앗이 공동 육아처럼 일일 교사 활동을 하는 '꼬마 또래방'도 있다. “최근에는 '고운 아이들'이란 활동도 시작했어요. 결손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 아이들 경우 토요일 오후에는 학교 급식이 없어 점심을 굶어요. 그 아이들을 데려다 토요일 급식을 제공하고 공부방을 운영하죠. 도우미 회원 중에 특수교사 하시던 분이 있어 그분 도움으로 특수아동 지도도 하게 되었고요.”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도우미회는 용인시 자원봉사 단체에 등록했다. 또 고운 아이들 모임을 위한 후원모금 활동도 더 늘릴 계획이다. “멀리는 인천이나 경기도 광주에서도 저희 도서관을 이용하러 오세요. 이곳 주민들은 도서관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가고 싶어도 안 간다고 말씀하시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도서관의 향기가 멀리까지 은은하게 퍼진다. 글·이선정|사진·허재성 기자 | 기획·박란희 기자(rhpark@chosun.com) 퍼 온 시간: 2003년 5월 23일 밤 11시 2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