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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신문] 건전한 지역공동체 산실로(04.06.03)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05-03-09 조회수 : 4,626

 

“건전한 지역공동체 산실로”

[기획좌담]여성회관에 바란다

임효정 기자 lhj@yongin21.co.kr


오랜 기다림속에 용인여성회관이 모습을 드러내며 주위의 시선을 끈다.

문화공간이 없어서 문화적인 욕구에 대한 갈증을 느껴오던 탓에 기대는 더욱 크다.

현대식 건물의 외양은 준공을 앞두고 있으나 운영계획이나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할 내용을 알지 못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더구나 얼마 전 진행된 설문조사의 내용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여성들의 의견 수렴과 참여 기회가 없고 운영위원회도 아직 구성돼 있지 않아 일방적인 행정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개관을 앞두고 있는 여성회관의 효율적인 운영을 기대하며 다양한 기대들을 반영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지난 5월29일 여성회관 앞 찻집에서 지역문화단체에서 활동하는 여성들 7명이 참여한 가운데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이연우 관장은 초빙했으나 본인이 고사해 불참했다.)

◆ 참석자
박영숙(느티나무문화재단 이사장)
김은정(느티나무재단 어머니독서회원)

양해경(용인여성상담소 소장)
이성옥(서울시 남부여성발전센터 관리팀장)
정영혜(구성읍 마북리)
황부경(주부 환경모임 ‘애기똥풀’회장)
황윤(독립영화 감독)

여성회관이 바라보이는 맞은편 2층 찻집에 둘러앉은 참석자들은 적합한 장소를 골랐다면서 흡족해하며 서로 인사를 나눴다. 30대 초반 미혼 직업여성부터 60대 전업주부에 이르는 각기 다른 계층의 일을 하는 7명의 참석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주민의견 반영 부족- 사전준비 미흡

양해경=우선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이런 자리에 용인시의 담당자가 불참한 것은 유감이다. 여성복지 기본법 33조에 의한 여성복지와 사회교육에 대한 부문은 타 시군구의 많은 여성회관과 문화센터의 고민이다. 관에서 운영하는 여성회관은 백화점 문화센터와의 복지증진과 교육이라는 틀안에서 차별성을 어떻게 담아낼까를 모색해야 한다.

2000년 설립계획 당시 차라리 시민회관을 하지 여성회관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굳이 여성회관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국가나 도에서 여성정책의 일환으로 지원하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여성회관의 공익적 기능을 위해서는 여성복지(보육·상담·소비자고발)와 인권·사회교육의 일을 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입성해야한다.

박영숙=여성회관이라는 건물의 큰 규모만 보이지 지역관련단체나 시민들에게 여성회관 운영에 대해 소개된 것이 없다. 지역여성들의 다양한 참여활동과 교육, 정보센터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구체적인 운영계획은 사전조사에 의해 이용자의 의견이 기본설계단계에서부터 활용되어져야 한다.
지역내 인적자원과 기관과의 네트워크가 잘 되어있는지 궁금하다.

김은정=얼마전 실시한 설문조사의 내용이 미흡했다. 영역이나 카테고리도 없이 백화점식 나열로 항목을 체크하게끔 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더군다나 의무적으로 항목을 선택하지 않으면 기타의견도 적을 수 없게 되어 있어 성실한 참여와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막았다. ‘간단히 적으세요’라고 되어있어 많이 적을 수도 없었다.(다함께 웃음)

박=사전조사가 미흡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여성회관의 역할과 활용방안에 대한 국·내외의 사례를 연구하고 지역현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주민들의 요구가 어떠한가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운영계획이 세워져야 하는데 전단계가 없었다. 설립준비 과정에서부터 주민참여를 통해 추진되었어야 한다. 좌담회나 토론회도 시 주최로 마련됐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검증된 지역단체와 주민대표 시의 담당자들로 구성된 신뢰할만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서 계획적으로 운영계획이 세워져야한다. 운영위원회를 통해 감시나 비판기구가 아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용인여성회관이라는 이름 하에 용인전체를 아우르는 회관이 될 것인지 그 대상지역을 정해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도록 교통편과 그 외 수반되는 문제들도 배려되어야 한다.

이성옥=일반 시민들과 집행기관과의 연결될 수 있는 의사소통 기구로서 운영위원회의 위촉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시민과 시민단체와의 만남을 통해 허용할 수 있는 틀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면 파트너십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다양한 의견을 전부 수용하기 힘든 부분을 운영위원회를 통해 전체적인 운영방침을 정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할 수도 있다.

양=초기 정착과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운영위원회 내지는 자문위원회의 구성은 필수적이다. 프로그램 선정과 교육장과 공연장 대여, 탁아방, 취업지원실, 상담실의 위탁 운영방안 등에 관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기준마련을 위해서도 운영위의 구성은 중요하다.

또한 운영 책임자인 관장의 마인드에 따라 운영방향이 결정되어지는 만큼 여성회관 관장이라는 직책은 공모를 통해 공개채용돼야 한다. 별정직도 아닌 일반공무원의 이동성 인사로는 유기적인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본다. 다양한 경험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 경력자를 채용해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새로운 운영방안들이 강구되도록 해야한다.

여성회관의 역할과 공적 기능

임=여성회관은 여성의 복지증진과 경제적 자립기반을 조성해 사회의 절반인 여성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가정의 리더 역할을 돕고, 건강한 가정, 나아가 건전한 사회 형성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활동의 장이 되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행해지던 지역의 여러 문화단체들은 여성회관을 통해 활동들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회관이 공적 기능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역할에 대해 논의해보자.

박=여성회관의 정체성과 관련한 역할은 관련부서나 상급기관과 중복되지 않는 네트워크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모든 걸 할 수 없는 시대에서 시민사회가 성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민의식 고양 차원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운영면에서 실지로 각 동별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과의 중복을 피하고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는 교육·문화·복지의 인프라를 총체적으로 통합 관리하고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주민자치센터에서 할 수 없는 복지·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보육과 저소득층 한 부모가정, 여성, 청소년 상담부문에 대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김=누릴 수 있는 30대 주부의 취미활동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어서는 곤란하다. 수영장이나 스쿼시교실 등의 체육시설로 단지 저렴한 스포츠센터 기능을 대신하는데 그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용인 시민으로서 주체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역사·문화의 다양한프로그램들이 고안되어야 한다. 또한 여성복지의 범주가 자녀-가정에 이르는 아동들의 인권 신장을 위한 광범위한 교육과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문화운동으로 확대되어져야 한다. 요즘 아이들의 건강이 신체적으로 아토피와 정신적으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과 상담지도 분야에서의 역할이 건강한 가정, 행복한 가정 만들기의 공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이=아동-청소년-여성은 유기적 관계로 총체적 연계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은 전적으로 동감이다. 타시군의 청소년문화회관의 사례를 참고하여 지역의 사정에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청소년상담은 교화가 아닌 예방적이고 역동적이며 적극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여성은 다음세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 청소년의 문화활동 영역에 참여할 수 있다.

양=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취업 지원방안으로서 제과·제빵이나 이·미용 기술 지원은 실제 취업·창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 등과 역할 분담을 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석자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펼치며 다양한 방면에서 용인여성의 발전을 위한 여성회관 활용방안에 대해 진지한 토의를 계속했다. 용인여성의 밝은 미래를 향해 일순간 희망의 기운이 감돌았다.

세부운영 방안에 대해

임(사회자)=60만이 넘는 용인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는 다방면의 활동을 요구하고 운영프로그램과 운영방침에 대한 촉각을 세운다.

특히 신도시로 유입되는 주민들의 문화적인 욕구와 성향은 높은 기대치를 보여 이에 부응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한정된 시공간에서의 공평한 분배 등은 큰 틀안에서의 운영방안에 대한 밑그림이 있어야 할 것이다.

황윤=제 개인적인 전문분야와 관련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여성들의 생각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가정의 생활방식과 자녀교육, 나아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성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그런 관점에서 세상을 향해 무엇을 어떻게 보고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창을 제시하는 미디어관련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말하고 싶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인간과 자연의 생태에 관한 미디어관련 프로그램도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미디어센터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정영혜=용인의 지역적인 사정이 환경을 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예부터 용인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사거용인’이라 하여 죽어서도 머물고 싶은 고장으로 알려져 있고 지금도 유서깊은 옛 전통문화와 유적지가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 유입되는 많은 사람들이 공기 좋고 푸른 자연경관에 반해 이사를 온다. 저 역시 그랬지만 막상 현재 용인은 난개발이 아직도 진행되면서 산들이 마구 파헤져지고 있어 민. 관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여성들이 많은 시간을 시위와 민원으로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역의 여성회관 건립은 반가운 일이며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활동으로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적 환경을 보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활용되었으면 한다.

양=보육 분야의 운영과 관련해 24시간 보육과 시간제 보육으로 나누어져야 효율적 운영이 될 것이다. 탁아방의 제한적 보육시간으로는 직장여성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므로 직장여성들의 업무 능력 신장과 주부들의 자질 향상을 위한 시간 투자를 통해 여성들의 사회참여 활동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황부경=연령별 활동프로그램 운영과 함께 자원봉사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탁아방에서 노인들의 책읽어주는 활동 등은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여성들의 사회활동은 가족 구성원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연계성을 가진 공간배치로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한다.

엄마들의 활동공간과 아이들의 놀이공간은 동선이 짧아야 하고 아이들의 활동공간과 놀이공간과의 연계성, 놀이공간의 친환경적인 조성 등도 고려돼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시설과 장애인 활동에 대한 다양한 배려도 꼭 필요하다. 실제로 장애인이 출입하는 입구에서부터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없는지 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박=여성회관은 공익성을 전제로 한 기관이므로 일방적인 시혜가 아닌 자율과 참여로 운영되어야 하고 기준에 의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운영위원회내 소위원회를 구성해 교육프로그램별 자원활동의 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도 있다. 구역별 보안시스템이나 공간구성의 효율적 배치는 운영계획에 의해 실시설계단계부터 활용계획이 논의돼야 한다.

운영발전 방향 여성회관에 거는 기대

임=지역의 다양한 문화활동들은 여성들의 전반적인 의식을 고양해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여성들의 공동체 활동의 활성화를 가져온다.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의 구성원간에 신뢰를 형성해 더불어 사는 건전한 사회로 발돋움하게 한다. 이러한 역할이 기대되는 여성회관의 지향해야할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으로 자리를 마무리할까한다.

양=여성운동이나 사회운동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운동으로서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공익을 바탕으로 지금이라도 좋은 운영기획안을 위해 다양한 사례들을 살피고 지역현황에 대한 수요조사를 하여 용인에서만 운영될 수 있는 안을 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무엇보다도 여성들이 자기존중감을 높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2달 동안 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기대치와 현실적인 여건에 부합하는 재취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고 전업주부로서 역할에 전념하면서 자기존중감이 중요하다는 점을 실감했다. 지역전체가 살기 좋은 고장이 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해야한다. 그러기 위해 개인의 생각을 높여 가는 바쁜 생활을 해야한다.

과천이나 부천이 살기 좋은 도시로 발돋움한 데에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민의를 바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많은 기여를 했다. 용인시민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갖고 참여하고 활동하며 발전 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박=여성학이나 여성운동도 예전의 취업과 여성들의 경제활동, 피해여성들의 문제로부터 변화하여 보편성의 확대로 나아가고 있다. 여성들이 주부로서 많은 시간을 여성회관을 통해 지역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족이기주의에 빠지지 않고 아이들도 다음세대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래야만 여성회관이 따로 있을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럼으로써 건강한 시민사회로 성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4년 06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