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가족, 행복사회]
흔히 도서관 관장이라고 하면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하지 위해 근엄한 표정을 짓고있는 중년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런데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 박영숙(41) 관장은 영락없는 이웃집 아줌마다.
칠 전 도서관을 찾았을 때도 "뒤늦게 얻은 셋째"라며 간난아기를 포대기에 싸 들쳐 업은 채 일하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연방 찾아오는 아이들을 반기는 모습이 여느 도서관장의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그는 "아이들 이름 제대로 기억하는 것 말고는 잘 하는 게 없다"지만,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1년에 수십 차례 강연을 다니는 유명인사다. 어린이도서관과 마을공동체 문화 발전에 힘쓴 공로로 2004년 '독서문화상 문화부장관상', 지난해엔 국민훈장과 '미래를 이끄는 여성지도자상'을 받았다.
박 관장은 2000년 2월 어린아이를 업고도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는, 누구에게나 열린 마을도서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6개월의 준비를 거쳐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을 열었다. 대학 시절 야학 경험이 큰 재산이자 용기가 됐다.
처음엔 학부모들의 냉대 탓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성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서관에 있는 아이들을 수시로 불러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서관 지지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자녀들의 논술이나 내신 성적을 위해 책을 단지 필독 목록에 올리는 세태가 너무 안타깝다. 박 관장은 "부모가 책 읽기를 강요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면서 숙제나 시험에서 해방되듯이 책도 함께 버릴 것"이라며 "독서 이력이니, 인증이니 하는 방식의 독서교육은 결국 아이들에게서 책을 빼앗는 결과만 낳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느티나무도서관은 입시 위주의 책 읽기를 거스르는 독서운동의 구심체인 셈이다. 그는 "느티나무가 아이들의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누구나 스스럼없이 찾아올 수 있는 '느슨한'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