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도메리]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을 다녀와서..(2002.08.06)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05-03-07 조회수 : 5,014

[탐방기]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을 다녀와서... 2002년 8월 6일 전창호(부산여자대학교도서관 사서)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http://www.neutinamu.org) 버스가 수원에서 용인으로 들어가면서 창밖으로 낯선 광경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온통 아파트만 늘어선 모습은 '수지지구'라는 명칭에서 보듯 인위적인 주거단지였다. 신도시의 경험이 전무한 나의 눈에 비친 빼곡한 아파트숲은, 마침 화창한 날씨였기에 망정이지, 어두침침 흐린 날이었다면 영화에서 많이 봤던 미래의 도시 풍경과 흡사하게 보였을 법 했다. 풍덕고등학교에서 좌회전하여 버스에서 내렸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수원역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이동하면 아무래도 토요일 퇴근시간과 맞물려 도로에서 많은 시간을 소모하리라는 생각에 따라, 용인으로 온 후에 점심을 먹기로 결정했었다. 그런데, 주거단지라 도무지 식당을 찾을 수 없었다. 느티나무 도서관이 있는 상가건물에 분식집이 있었지만, 때마침 휴가중이었다. --; 나와 후배들은 용인에서 나간 후 끼니를 때우기로 작정하고, 상가건물의 지하에 있는 느티나무로 발걸음을 옮겼다.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신 관장님은 요즘 휴가철이라 이용자도 도우미도 줄어들어 다소 도서관이 한산한 기간이라고 설명하셨다.(처음에 서너명에 불과하던 어린이들은 1시간 후 우리가 나올 때에는 20명 정도로 불었다.)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웬 어린이(나중에 알았는데 관장님의 아들인 승철)가 "무슨 차 드릴까요?" 한다. 순간 어리둥절해서 답을 못했다.(역시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여기는 부모 도우미뿐만 아니라 어린이 사서 도우미도 있다.) 찬 녹차를 갖고 온 승철, 결국 테이블에 컵을 엎지르고 만다. ^^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로 변한다(南橘北枳)"는 고사성어처럼 구미의 공공도서관 모델이 우리나라로 이식(?)되는 과정에서 대다수의 공공도서관이 공부방化되고 말았다. 명칭은 동일하지만 실체는 상이한 결과로 나타나게 된 원인은, 민족이나 국가의 문화적 차이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기의 공공도서관은 주민들이 도서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상향식(bottom-up)으로 이루어진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행정 차원의 하향식(top-down)으로 공공도서관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입시위주교육이라는 양념이 더해져 한국형 도서관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사립공공도서관의 형식을 띤 민간도서관(주민도서관)은 공립공공도서관과는 달리 상향식으로 만들어진 도서관이다.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무료 또는 최소한의 실비로 제공되는 도서관서비스의 특성상 민간도서관은 그 어느 곳도 예산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민간도서관의 설립과정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들은 바가 있어서 느티나무의 운영경비는 어떻게 조달하는지 차마 묻지는 못했다. 마침 오늘(8월 6일)자 조선일보에 "우리동네 보물1호 느티나무 도서관"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전면기사에 설립과정 및 이외의 몇 가지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208/200208050343.html 공적자금이라는 걸 비롯하여 매년 어마어마한 금액의 국비가 낭비되고 있다는 데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두살바기 딸아이를 업고, 도서관은 애를 동반하고는 출입이 불가능하여, 주로 서점을 돌아다니며 수서를 하셨단다. 3,000여권의 책을 구입하시고는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막막하여 용인에 있는 강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에 도움을 요청하여, 학생들이 '자원'봉사하여 개관일을 당길 수 있었다. 도서관 구석구석에서 '우리아이, 책날개를 달아주자'의 저자 김은하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분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소수(?)의 이용자들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장님께서는 잠시 앉을 틈도 없다. 딸 승진이는 잠시라도 관장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어른들의 주목을 끄는 행동을 한다. 축구공을 차고 카운터 위에 올라가는 건 그나마 젊잖은 편이다. 도서관을 빙자한 놀이터라 해야 할까. ^^; 소파에서는 엄마가-이제 걸음마를 시작했음직한-아기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그 옆에서는 6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낮잠을 자고, 양쪽으로 머리를 따은 또다른 여자아이는 그네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참으로 행복한 모습이다. 다소 어수선했지만(무질서를 느끼는 건 내가 어느덧 기성세대가 되었다는 증거?) 내가 어렸을 때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부러움반, 아쉬움반으로 바쁜 스케쥴을 원망하며 도서관을 나섰다. 어렸을 적의 습관이 대개 커서의 습관으로 이어진다. 도서관의 입장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게 하려면 어릴 때부터 도서관을 이용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깨물어 아프지 않는 손가락이 없겠지만 어느 관종보다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이 중요하며, 그보다 더 중요한 곳은 바로 어린이도서관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린이도서관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