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제안’ 공간으로… 동네도서관 ‘변화 1번지’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작성자 : 세계일보 작성일 : 2023-06-21 조회수 : 686

 

 

⑬ 책 있는 동네 사랑방 ‘용인느티나무도서관’

도서관의 변화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도서관을 용인에서 발견했다. 노출콘크리트로 된 외관은 다른 도서관과 비교했을 때 특별하지 않지만 진가는 내부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들은 도서관 운영진들이 정한 주제에 따라 분류돼 있다. 심지어 이래저래 분류하기 힘든 책들은 ‘분류난감’이라는 주제로 모아 놓았다.

도서관이 제안하는 주제가 내게 큰 도움이 된 적도 있었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을 때는 ‘번아웃: 소진과 버팀 사이’라는 주제로 분류된 책 중 한 권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고 학위논문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는 ‘기본소득 복지에서 권리로’라는 주제로 분류된 책에서 단서를 찾기도 했다. 가장 재치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는 ‘툭’이었다. 이곳에는 서가에 꽂으면 ‘툭!’ 튀어나오는 키 큰 책들만 모아 놓았다.

도서관의 운영 주체는 ‘느티나무재단’이다. 재단의 전신은 23년 전 용인 수지 현대우성아파트 지하상가에 130㎡ 규모로 개관한 사립문고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이다. 도서관을 만든 박영숙은 사재를 털어 3000권을 매입해 도서관을 시작했다. 


포스코A&C가 설계한 도서관 내부에는 크고 작은 공간들이 병존한다. 책으로 둘러싸인 탁 트인 자리도 있고 공원을 바라보는 차분한 자리도 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조용한 구석진 자리는 몰입감이 필요할 때 알맞다.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은 그날 자신의 기분에 맞는 자리에서 도서관이 추천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

도서관은 동네 주민들에게 책을 읽는 장소와 함께 모여서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해 준다. 그래서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도서관에 올 수 있다. 때로는 도서관이 제안하는 주제가 강연이나 토론회와 연계되기도 한다. 도서관을 처음 찾았을 때 봤던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SF가 아니다’라는 주제는 최근 챗GPT의 등장에 맞춰 ‘AI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라는 주제로 발전했고 연초에는 마을 포럼으로 이어졌다.
_기사 전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3824809?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