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임원선의 내 인생의 책|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_2015.06.11 경향신문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5-06-12 조회수 : 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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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 박영숙

참 무심했다. 매일 차로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기만 했지 녀석이 학교에서 뭘 어떻게 배웠는지는 아내가 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큰 아이는 거기서 킨더와 초등학교 1학년을 다녔다. 펭귄 프로젝트라는 걸 했단다. 학기가 시작할 때에 다 함께 공공도서관에 가서 펭귄에 관한 책들을 빌려오고, 그걸 읽으며 그림도 그리고 펭귄 종류별로 특징과 식생 등등을 정리했는데 그게 어디 나오는지 모두 출처를 적었더란다. 초등학교 1학년짜리들이! 나는 대학을 다닐 때까지도 잘 못했는데….

아직도 우리 학교에서의 독서란 독후감을 쓰기 위한 것일 뿐 교과과정과는 별 관계가 없는 듯해 안타깝다. 한 반에 70명씩, 그것도 오전과 오후로 반을 나눠 공부하던 시절에는 언감생심 바라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잘 못하는 것을 보면 참 어려운 일인가도 싶다.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는 학교와 가정이, 그리고 이 사회가 하지 못하거나 잘못하고 있는 역할을 대신 떠맡아온 ‘느티나무도서관’이라는 작은도서관 이야기다.

입시경쟁에 떠밀려 학원을 순례하는 아이들, 가정과 사회에서 기초적인 안전망도 제공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그리고 같이 아파하는 사람들에 의해 변화하는 이야기다.



소소한 이야기들이지만 감동적이다.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게 했다가, 가슴이 저릴 만큼 먹먹하게도 한다. 얼마 전에 이 책의 ‘동생’들이 나와서 느낌을 나누고 싶은 지인들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지는 않겠습니다>와 <꿈꿀 권리>라는 책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와 가정과 사회가 제 역할을 하게 되면 느티나무도서관은 자리를 잃을 것 같다. 하지만, 느티나무도서관은 그걸 바랄 것 같다. 그래서 집 근처에 이런 도서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얼른 접는다. 거기에 기대면 힘들고 더디다는 이유로 느티나무도서관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 만들기에 게을러질까봐.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60205&artid=201506110024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