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직접민주주의 토대, 대표도서관 세우길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9-03-09 조회수 : 2,812

[기고]직접민주주의 토대, 대표도서관 세우길

인천일보 승인 2019.03.07  


|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




지난 2일 경기도에서 '내가 참여하는 정책' 첫 번째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가 대표도서관 건립. 국민주권,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공론장으로서 정보와 소통의 인프라인 도서관으로 출발한 것은 당연하고도 반가운 일이었다. 새로운 시대 변화를 이끌어갈 도민들에게 대표도서관이 어떻게 힘이 될지 직접 경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아쉬움도 컸다. 


대표도서관에 대해 알 기회가 없었던 도민들에게 요약된 자료집과 6명 패널에게 6분씩 주어진 짤막한 발표만으로 의견을 청한 것은 무리였다. 숙의라기엔 민망하고 숙의의 '인스턴트 버전'쯤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대표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비전과 국내외 사례, 그동안 도의회와 전문가 포럼, 기본계획, 타당성조사 등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충분히 공유했어야 한다. 판결하는 배심원단이 아니라 여론을 수렴하는 도민참여단이었지만 투표까지 진행했으니 도민들 부담도 컸을 것이다. 


투표는 5가지 안을 놓고 '매우 찬성'부터 '매우 반대'까지 4점 척도로 답하는 형식이었다. '계획대로 광교에 건립한다'는 1안과 '기존 공공도서관을 대표도서관으로 지정한다'는 2안은 찬반이 각각 39:59와 38:59로 나왔다. 20%가량 격차를 두고 반대가 많았으니 두 가지 안은 고려하기 어려울 것이다. 찬성률이 가장 높은 안은 '경기북부, 남부 등으로 분산 건립한다'는 4안으로 55%가 찬성이었다. 하지만 반대도 44%로 높게 나와 단일안으로 택하기는 어렵다. '광교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 건립한다'는 3안과 '광교에 건립하되 규모와 예산을 축소한다'는 5안은 각각 53:45와 49:49로 찬반 격차가 비교적 작았다.


하지만 3안을 택해 다른 곳으로 옮긴다면 도민참여단도 우려한 것처럼 손실과 비용이 커진다. 도의회와 국토부 승인을 거치고 기본계획, 타당성조사, 전문가포럼까지 진행해온 지난 4년의 성과를 살리면서 더 나은 결과로 만들어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도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으면서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공론장으로, 도 정책과 자치입법이 삶터에 전달되는 채널로, 직접민주주의의 상징이 될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도 아깝다. 


도민참여단의 의견을 두루 반영하는 결론으로 4+5안을 제안한다. 광교에 예정된 도서관을 규모와 예산을 줄여 진행하면서 추가로 북부관을 건립한다면, 다른 장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광교 부지에는 규모를 줄이는 만큼 건립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꼭 필요한 내용을 담아 몇 개월째 보류 중인 추진작업을 서둘러 재개해서 2~3년 안에 개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새로 북부관을 계획한다면 단지 격차 해소만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모드가 진전되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지역의 특징을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주민은 물론 전국민에게 오랜 세월 분단으로 단절된 역사와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평화협력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역사 아카이브에 DMZ의 특성을 살린 생태 환경 자료까지 갖춘다면,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이 모여 살고 전국 공공도서관의 24%가 자리 잡고 있는 경기도에 걸맞은 대표도서관을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 더 어렵고 중요한 과제들이 쌓여 있다.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할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길을 찾아야 한다. 단행본 도서만이 아니라 갖가지 연구 저널과 프로젝트의 보고서, 기사 스크랩, 영상까지 다양한 형태의 매체를 효과적으로 비치하고 열람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도민의 연구실이자 공론장이 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토론과 연구모임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장비도 갖춰야 한다. 융합타운 내에 들어설 미디어센터, 광교테크노밸리의 연구기관들과 곧 문을 열 수원컨벤션센터 등 인접시설과 연계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조정된 역할을 담아 곧바로 구체적인 운영계획과 설계에 착수하고, 단계별로 전문가와 도민들 의견을 더 반영해 나가길 바란다.


다른 시도에 비해 너무 늦었다. 건립과정부터 대표도서관의 역할을 모색해 보자. 31개 시·군 공공도서관의 사서들과 관련 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해 현장의 경험과 요구를 섬세하게 반영하면서 도서관의 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할 협력망도 구축해 나가자. 
토론회에서 대표도서관의 필요성을 더 선명하게 확인했다. 앞으로 이런 자리가 서가로 둘러싸인 대표도서관에서 진행된다면, 사서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지원받고 워크숍, 간담회, 세미나를 통해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생각을 발전시키고 토론을 이어간다면 말 그대로 '숙의' 민주주의가 구현될 것이다.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을 열어갈 도민을 위한 도민의 도서관, 우리 도민들이 함께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