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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국민 4명중 1명, 한해 한권도 안읽어… 정책 지원해야 (07.01.08)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07-01-08 조회수 : 4,613

한국영화 위기때 지원했던 것처럼 과감한 투자를 빌 게이츠 “오늘의 나를 만든 건 마을 도서관” 마을마다 도서관이 있으면 세상이 달라질 것 진행=김기철 출판팀장 kichul@chosun.com 정리=이한수기자 hslee@chosun.com 입력 : 2007.01.08 00:02 지난달 국립중앙도서관이 발표한 ‘2006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이 1년간 읽은 책은 11.9권이었다. 한 달에 1권도 안 읽은 셈이다.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은 국민도 24.1%나 됐다. 부실한 독서 문화는 정보화 사회를 떠받쳐야 할 지식 경쟁력 부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 문제다. 박인기(56) 한국독서학회 회장(경인교대 교수), 한철희(50) 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돌베개 대표), 안찬수(43) 책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 사무처장, 박영숙(41)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 관장이 우리 독서문화의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긴급 좌담을 가졌다. ▲전문가들은“독서를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자본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왼쪽부터 안찬수 박영숙 한철희 박인기씨. /주완중기자 wjjoo@chosun.com ▲안찬수=고학년이 될수록 책을 읽지 않는다. 초등학생이 연평균 43권을 읽는데 중학생은 26권, 고등학생 22권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든다. 입시와 사교육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드는 것이다. 우리 국민 중에 도서관을 1년에 한 번이라도 이용한 적이 있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박영숙=그나마 평균 독서량을 채운 것은 학생들 때문이다. 성인이 되면 책을 놓아버린다. 책 읽기가 입시를 위한 시험공부처럼 돼 버린 것이 문제다. 한번도 책 읽기의 즐거움과 맛을 보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한다. ▲한철희=1994년 이래 조사를 보면 독서실태는 완만한 감소추세다. 정보화 사회를 추구하는 데 불균형이 있는 것 같다. 인터넷과 휴대폰 보급률은 세계 최고라는데 활자문화는 약화되는 현상이다. 대학생들도 책을 읽지 않는다. 전공 서적 이외에 사회과학책이나 사상서 1권 제대로 읽는 이들이 드물다. 대학 교재를 제외하면 사회과학책 출판이 거의 사라졌을 정도다. 80년대보다 도리어 후퇴한 것 같다. ▲박인기=학생들은 공부와 독서가 유리되어 있고, 일반인들은 일과 독서가 유리되어 있다. 독서와 일, 독서와 공부는 서로 스며들어야 한다. 독서를 개인차원의 인격 수양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독서문화 또는 독서사회(reading society)는 ‘사회자본’이라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독서 캠페인과 운동은 있는데 국가의 독서 정책은 없는 게 문제다. ▲안찬수=개인의 측면에서 보면 독서는 즐거움, 인격 수양, 지식과 정보 습득이라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 우리 사회는 어느 때부터인가 즐거움이나 인격 수양은 사라지고 오직 지식과 정보만 이야기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박영숙=공감한다. 독서를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80년대에는 학회와 동아리에서 매주 대학생들이 독서토론(세미나)을 했다. 중·고교에서도 ‘문학의 밤’ 행사를 갖고 문집도 만들었다. 요즘은 독서를 휴식과 즐거움이 아니라 출세와 성공을 위한 과업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한철희=인터넷 검색 기능을 위주로 하는 글 읽기는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부정적 측면이 크다.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를 짜깁기하는 독서의 패턴은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 ▲박인기=독서 문화를 발전시키려면 뉴미디어를 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뉴미디어의 기술적 조건을 독서의 보완재로 사용할 방법을 강구해서 독서의 진화모델을 찾아야 한다. ▲박영숙=일본의 한 아동문학가는 아이들이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텔레비전은 아이를 안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를 품에 안고 함께 책장을 넘기는 것과 비디오를 틀어주는 것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 독서는 통찰력을 기르고 종합적이면서 주체적인 사고능력을 키워준다. ▲한철희=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나에게 소중한 것은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었다”고 말했다. 독서는 창의적인 사고, 상상력을 가진 인간을 만들어낸다. 독서가 창조력의 원천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안찬수=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와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일이다. 교감과 소통의 폭을 넓히는 독서는 민주주의 사회를 이끌어가는 시민을 길러내는 데 필수적이다. ▲박인기=휴일에 논문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한 줄도 못 쓰고 나온 적이 있다. 자기 주도적 안목을 가지지 못하면 사이버 세상에선 끊임없이 표류하게 된다. 사회적 수준에서 독서는 소통을 뜻한다. 분화되는 삶과 지식의 생태 속에서 독서는 커뮤니티 간의 소통에 기여한다. ▲안찬수=사무실에 가끔 찾아오는 문학평론가 한 분이 “독서 운동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고 농담한 적이 있다. 독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1차적으로는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정보·교육·문화가 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다. 과거 도서관이 경쟁적 학습을 위한 곳이었다면 이젠 소통과 만남이 있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박영숙=마을마다 도서관이 있으면 세상이 달라진다. 저희 도서관에서 송년회를 하는데 이웃들이 둘러 앉아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한 구절씩 읽어주는 낭독회를 했다. 이사 왔다가 도서관에 와서 친구를 얻게 되고 삶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철희=정부가 독서정책을 중요한 문화정책이자 공공정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독서환경과 인프라를 만들려면 인식의 전환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 영화가 위기일 때 영화진흥위원회의 역할이 컸다. 국가가 수천억의 예산을 영화에 지원했다. 출판 분야는 산업적·문화적으로 영화보다 더 비중이 크다. ▲박인기=독서문화가 전 계층과 사회에 스며들려면 독서와 다른 영역과의 융합(convergence)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테면 여행이란 영역에 독서가 어떻게 융합될 수 있을까, 병원이라는 공간에 독서가 스며들 수 없을까 고민해야 한다. 문화혁명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많은 틈새출판이 있어야 한다. 텍스트를 공급하는 측면에서 500명, 1000명의 독자를 위한 책이 더 많아져야 한다. 독서프로그램도 해병대 지옥훈련 하듯 빡빡하게 진행하거나 아무런 조건없이 책과 노는 식의 다양한 방식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