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예비사서의 '도서관 일기' ②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0-06-02 조회수 : 8,423

Episode 01. 3월 7일(토) 4일째; 이용자와의 첫 만남

오늘 처음으로 1층에서 카운터 업무를 보았다. 이용자에게 책 위치를 안내하며 서가를 살펴보기도 했다. 오후에는 신문 스크랩을 했다. 원래 신문 스크랩은 청소년과 성인 자원활동가들이 참여하는데, 코로나19로 도서관 휴관 중이라 활동이 중단되었다. 직원들이 대신 기사들을 살피기로 했다. ‘노동, 다양성과 존엄, 미래기술, 청소년/청년, 생활 속의 재난’ 등으로 분류해 기사를 스크랩했다. 확실히 코로나로 인해 ‘생활 속의 재난’ 기사가 많다. 도서관의 가장 큰 화제는 '코로나'다. 공통 화제가 있어 직원들과 친밀해진 기분이다. 하지만 아직 설렘보단 긴장이, 기쁨보단 두려움이 앞선다.

 

Episode 02. 3월 15일(일) 10일째;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일

어젯밤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과 툰베리의 의견에 반박하는 패트릭 모어의 영상을 봤다. 어떤 의견이 옳을까? 도서관은 세상 일에 중립을 지켜야 하지 않나? 어떤 판단을 해야 할까? 여러 자료를 찾으면서 여러 입장에서 쓴 글을 읽어봤다. 경우의 수를 파악하면서 보다 보니 판단하는 게 더욱 어려웠다. 생각 정리가 안 된 채로 출근하여 관장님께 말씀 드렸더니, 관장님이 "운동이라는 것은 중립에 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 말이 와닿았다. 환경 문제에서 중요한 일은 인간 활동이 지구의 자원을 소비하며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는 것이고,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명쾌해졌다.

Episode 03. 3월 22일(일) 15일째; 한가로운 날, 행복한 날

모든 게 따뜻했다. 행복하다. 어제까지는 뭔가 너무 힘들었고, 이용자가 한 시간에 한 분씩 오셔서 행복했… 아쉬웠다. 벌써 도서관 근무 15일째다. 적응 안 될 것 같던 정배가(책을 순서대로 꽂는 일)도, 서지 수정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사실은 오늘 생일이었는데, 직원들이 깜짝 생일 파티를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Episode 04. 3월 25일(수) 16일째; 재택근무 1일째, 집중하기 힘든 날

3월 23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면서 느티나무도서관도 잠시 문을 닫았다. 직원들도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집에서 느티나무도서관 홈페이지를 점검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어렵고 집중이 안 되었다. 집에서 일할 때도 도서관에서 일할 때처럼 집중해야겠다.

Episode 05. 3월 29일(일) 20일째; 그런 사람

오늘 일과를 마무리하고 성영 사서님이 추천해준 그림책 비에도 지지 않고를 읽었다. 책의 마지막에 적힌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든다.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Episode 07. 4월 17일(금) 32일째; 슬기로운 카운터 생활

"도서관이 반의 반만 문을 열었습니다. 머무르는 것은 힘들고, 직원에게 책 제목을 알려주시면 찾아드리겠습니다." 하루종일 이 말을 반복했다. 도서관에 머물고 싶어 하는 이용자들에게 미안하고, 코로나가 너무 미웠다. 회원가입을 하는 분들이 꽤 오셔서 반가웠다. 보현 사서님에게 신규회원 등록할 때의 꿀팁과 연체를 푸는 법도 전수받았다. 카운터를 보며 여러 일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이용자를 만날 수 있어 힘들지 않았다.

Episode 08. 5월 7일(목) 44일째; 물청소는 물놀이처럼 해야 제 맛

내일이면 도서관 문을 조금 더 연다. (다 여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 문을 열기 전, 소독기 안내문을 만들었다. 생각보다 잘 나왔고, 칭찬도 받아 기분이 좋았다! 퇴근하기 2시간 전에는 지후 님과 뜰아래 마당 공간과 미끄럼틀 물청소를 시작했다. 물놀이하는 것처럼 너무 재미있었다. 물놀이, 아니 물청소를 하는 도중 관장님이 무지개를 보았느냐고 물어보셨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아리송했지만, “물청소는 무지개를 보며 물놀이처럼 아이들과 하는 게 제 맛”이라는 말씀에 아, 느티나무도서관에서라면 그럴 수 있겠구나 수긍하게 되었다. 도서관이 완전히 문을 열 날이 기다려진다.

글. 예비사서 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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