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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제3회 머내마을영화제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0-09-09 조회수 : 6,512

9월 5일~6일, 느티나무도서관도 머내마을영화제에 참여했습니다. 

영화제 동안의 도서관 풍경을 전합니다.

 

*머내마을영화제는?

마을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영화제의 스탭으로, 관객으로 참여하는 마을 영화제입니다. 

2018년을 시작으로, 2020년에 제3회 머내마을영화제가 열렸습니다. 

 

 

9월 5일(토요일) 

<우리집>, <사라진 시간> 상영

 

 


 

 

9월 6일(일요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벌새> 상영 

 




 

 

 

9월 5일(토요일)은<우리집>을 보고 동네 이웃인 류미례 감독님과 영화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줌(zoom)을 이용하고, 영화를 본 관람객 분도 자리에 초대했습니다. 

그 날 나눈 이야기와 채팅방을 통해 받은 질문들을 살짝 옮겨봅니다.

 

 

 

 

 

 

 

"<우리집>에서 가장 좋았던 인물은 누구인가요? 혹은 가장 공감되었던 인물은?" 

류미례 감독 | 저는 엄마 이야기가 콕 박히더라고요.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 막 경력을 쌓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남편은 "아, 당연히 그건 엄마의 몫이지." 했을 테고 그게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엄마가 용돈이라던지 학원 이야길 하는 것이 빡빡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 있는지는 이해갔어요.

관람객 01 | 저도 그랬어요. 어린이의 시선으로 따라간 영환데 엄마에 이입하게 되는 거예요. 어, 내가 영화를 잘못 보고 있나? 싶었어요. 하나가 내가 장도 볼게, 요리도 할게. 할 때 엄마가 그런 걸 왜 네가 해? 하잖아요. 아이가 아이답게 지냈으면 하는 속상함도 느껴졌어요.

 

 

채팅방

ㄴSeoyeon Jang : 류미례감독님이 말씀 하신 첫 장면의 하나 모습이 많이 인상깊었던 것 같아요. 싸우는 부모님 눈치를 보는 하나의 불안정한 숨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그 상황 안에서 하나가 얼마나 초조하고 힘들지가 상상이 돼서 마음이 아프더라고요ㅠ 제 주변에선 이 장면만 설명해줬는데도 너무 자신의 어린시절 같이 느껴져서 영화를 못보겠다는 친구도 있었어요.

 

류미례 감독 | 보통 아이들도요, 철이 없어 보여도 집안의 분란은 이야기하기 싫어하거든요. 평범한 가정으로 보이길 원하는 건 어른이나 아이나 같은데. <우리집>본 아이들이 되게 좋아했대요. “저 집도 저러는구나.” 아이들이 어른들을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도 너무 통쾌했다는 거예요. <우리집>의 아이들은 결정권이 없잖아요. 원치 않는 이사를 하게 되거나, 가족이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하거나. 아이들은 우리도 모르게 그 모든 상처와 모든 갈등을 오로지 그 작은 몸에 가져가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아이들을 영화 안에서 그려낼 때 경계했던/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류미례 감독 | <아이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 때, 후회했던 것이 있어요. 다큐멘터리는 신뢰를 기반으로 등장인물들의 예민한 상황을 엿보게 되죠. 말하자면 다큐멘터리의 운명 같은 건데, <아이들>의 주인공은 제 아이였거든요. 상처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극 영화를 두고 이야기하면, 아역배우들이 방광염이 많대요. 아이들이 똥 오줌 이야기 재밌게 하지만 반대로 화장실 가고 싶다는 이야기는 잘 못 하잖아요. 분위기에 압도되는 것도 있고. 윤가은 감독님은 30분에 한 번은 화장실에 꼭 가게 했어요. 갈수록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 존재감을 상상하잖아요. 누군가를 성별이나 나이, 인종과 상관 없이 오롯이 주체적인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 윤가은 감독님 경우에는 제작 과정에서부터 그런 것들을 잘 지켰죠. 빛나는 영화 방식인 것 같아요. 

 

 

채팅방

ㄴ1610서유진: '집'의 의미도 중요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라는 의미가 더 강조 되었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잘 보았습니다.  공동체를 다루는 영화는 결말부분에 희망적인 메세지를 부여 했음 좋을것 같습니다.

 

류미례 감독 | 윤가은 감독님이 현실과 유리된 해피엔딩을 주진 않잖아요? 마지막에 유미가 언니, 계속 우리 언니 할 거지? 하는 장면에서, 너는 그걸 막지 못했구나. 그런데 얘야. 그것만 있는 게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계란 후라이를 올린 밥을 같이 먹으면서 "밥 든든히 먹고, 진짜 여행 준비하자."고 하는. 사실 영화 전반에서 제일 튄다고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대사가 아이들에게서 끌어냈기 때문에 꼭 맞는 어휘인데 그 장면은, 감독님이 욕심을 냈구나 싶었죠.

 

 

 

 


 

 


관람객 02 | 공감되는 인물을 한 사람만 꼽기 어려운 것 같아요. 여러 인물들에 이입이 됐어요. 가족의 의미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세 아이가 텐트에서 그냥 우리 이렇게 살까? 하잖아요. 보통 가족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구성원과는 거리가 있지만, 세 명의 구성원이라도 행복하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최근에 <민들레> 잡지에서 굉장히 충격받았던 글이 있었어요. ‘동반가족 자살’이란 말은 잘못된 거다. 아이는 독립적인 한 명의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모의 선택에 따라 같이 죽는 거잖아요. 부모의 책임만으로 돌릴 순 없겠지만, 동반자살이 아니라 동반타살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 그 글이 떠올랐어요. 

 

류미례 감독 | 사실 어른들이 다 시원치 않잖아요. 그런데 또 악의만을 갖고 있는 건 아니고. 그게 우리 삶의 모순이고 살아가야 되는 이유겠죠. 세상 속에서 제 위치를 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아이들의 희망사항이나 정서가 부차화되면서 상처받게 되는. 결국 하나가 성장했단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어쩌질 못하는 어른들의 관계와 힘듦을 이해하는 것? <엄마>란 영화에서 제 아버지 이야길 했어요. 나의 부모도 한 사람의,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 아이들을 보면서, 너희들도 언젠가 나를 이해하겠지? 나약하고, 상처투성이인 나를 이해를 하겠지. 그래도 상처는 남잖아요. 상처로 남는다는 게 미안한 것 같아요. 

 

마무리하며

류미례 감독 | 제가 동천동 주민이 되었어요. 누군가의 엄마라던지? 이웃에 사는 사람으로 여기 계신 분들을 만나게 될 것 같아요. 

주민으로서 마을에 도움이 되고, 제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라요. 잘 부탁드립니다. 

 

 

 




 

 

머내마을영화제는 1년 동안 준비하는 마을 행사입니다.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영화제를 미루지 않고 방역과 거리두기 지침을 지켜 진행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희미해진 사람 간의 연결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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