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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장서개발강좌_책을 고르는 기준(소설가 장정일)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1-11-30 조회수 : 4,893

11월 장서개발강좌는 소설가 장정일님과 함께 했습니다.

폭넓은 독서와 날카로운 서평으로 유명하시죠? 장정일님은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르고 평가하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집 가까이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이 있어 자주 이용하는데,

최근에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대출하려고 갔더니 각기 다른 출판사의 책이 네 권 있었다. 그 중 민음사에서 나온 책이 김욱동 선생이 번역해서 번역은 좋은데, 펭귄클래식 시리즈에서 나온 책의 해설이 거의 연구보고서 수준이라 펭귄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책을 빌렸다.

오늘 주제가 '책을 고르는 기준'인데, 평소에 나도 도서관에서 책을 어떻게 고르는지 궁금했었다. 평소 내가 아는 도서관 사서에게 도서관에서는 어떻게 책을 고르는지 물어봤더니, 그 사서는 작은 출판사(소위 1인 출판사)에서 내는 책을 많이 사는 편이라고 했다. 나는 주로 대형 출판사에서 책을 냈는데, 내 책은 안사는 것 아닌가 하고 농담을 한 적도 있었다.

나의 경우를 봐도 그렇듯 출판계는 편집자와 저자가 '안면'이 있는 사이로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저자가 같이 호흡을 맞췄을 때, 좋은 편집자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편집자가 출판사를 옮기면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회에서 책이란 무엇인가?

한국 사회에서 책이 가진 독특한 이미지가 있다. 책을 무조건 성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말이다. 어렸을 때 책을 들고 있으면 모든 것에서 면죄부를 적용받았다. 집, 학교 뿐 아니라 심지어 소년원에서도 마찬가지^^

책 문화 자체가 가진 성스러움을 잘 지켜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이상한 점은 한국 사회에서 책이 가진 위치나 분위기 때문인지 문고본보다 비싼 하드커버제본 책이 더 잘 팔린다.


픽션 vs 논픽션

문학을 너무 강조하는 사회는 문학의 부메랑을 맞게 된다고 생각한다. 문학 속에도 장르 피라미드가 있다. 제일 위에 소설 같은 게 있고, 동화, 시조, 이런 식이다. 여기서 벗어나면 글쓰기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민주주의, 즉 시민사회가 발달하려면 논픽션이 중요하다. 논픽션은 르포, 탐사, 고발, 기록물을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논픽션을 많이 쓰는 스타 작가가 없는데, 그 중 예를 들자면 르포를 많이 쓰는 유재순씨가 있고, <소금꽃나무>를 쓴 김진숙씨를 들 수 있다. 요즘은 고전류의 책들이 인문학이라는 장르에 포함되어 나오는데, 일종의 장르세탁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읽어본 최고의 논픽션은 일본 책인데, <황천의 개>와 <우정>이다.


좋은 책은 나에게 절실한 책

도서관은 엄청 진화했는데, 하드웨어 쪽으로 많이 진화했다. 영국의 경우 독서운동은 네트워킹이다. 도서관, 출판사, 학교, 작가가 연계를 맺어서 진행된다. 우리는 각자 진행한다. 이러니 운동이 안 된다.

추천도서목록보다는 내게 절실한 책리스트를 만들어봐야 한다. 때에 따라 나의 절실함에 맞춰야지, 플라톤을 무조건 읽어야 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100개의 리스트를 만들면 그게 권위를 만들고 책을 멀어지게 한다. 권위를 만들어 겁을 주는 게 잘못되었다. 나는 학생들에게도 그랬다. 니가 100권을 만들어라. 그러면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넣고 빼고 하고 그랬다. 내게 절실하다는 데 권위가 어디 있겠나?

도서관이 공간을 마련해서 지역 작가와 함께 간담회를 하면 좋겠다. 나도 동대문정보화도서관에서 문고읽기 모임을 했다. 앞으로는 사회적 독서를 할 생각이다. 사회적 독서는 지금 현안들, 예를 들어 구제역이 왜 생겼고 육식과 대량사육의 문제는 무엇이고, 이런 것을 다루는 독서이다. 고전으로 돌아간다는 건 뭔가 허망하다. 도서관들도 매달 주제를 정해 그런 모임을 꾸릴 수 있다.






- 연구교류 팀 : 하승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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